여자 프로배구 도로공사의 프론트로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한 선수 출신 태솔 통역(오른쪽)과 노금란 매니저가 지난 20일 김천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로공사 배구단 제공 |
그렇게 약 6년 만에 배구 판에 다시 돌아왔지만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에 팀의 외국인 선수가 3명이나 바뀌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외국인 선수 시크라는 부상으로 V-리그 개막 전 한국을 떠났다. 대신 들어온 케네디 브라이언은 다소 부족한 기량에다 팬들 사이에서 ‘왕따 논란’이 불거진 뒤 팀을 떠났고 힐러리 헐리가 팀에 합류했다. 태솔은 “외국인 선수들마다 습관은 물론 성격, 자라온 환경 등 모든 것이 달라 팀에 적응시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가 일복이 터졌나 보다”라며 웃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브라이언을 지켜본 그에게 왕따 논란의 진실을 물었다. 태솔 통역은 “브라이언이 시즌 초반 동료들이 점수를 낸 뒤 코트에서 막 뛰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저게 뭐하는 거냐’고 묻더라. 그는 한국 배구의 세리머니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중계 카메라에 브라이언이 세리머니에 끼지 못하는 것처럼 잡히자 팬들이 ‘브라이언은 왕따’라고 추측한 것 같다. 가장 가까이에서 동고동락한 내가 장담하건대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 이번 논란에 가해자는 없고 브라이언과 국내 선수들 모두 피해자였다”고 항변했다.
선수 때는 몰랐지만 매니저의 일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선수 시절 바라볼 때와 직접 일을 해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가교 역할도 해야 하고 선수들이 입고 먹고 생활하는 모든 부분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면서 “제가 선수 시절에 ‘매니저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걸 기억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인급 선수들이 많은 고민을 상담한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결국 나는 코칭 스태프의 일원이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이 한정적이다. ‘힘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을 때가 많아 속상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졌다. 태솔 통역은 “평소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개발도상국에 배구를 좀 더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대학원 진학 등 공부를 좀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금란 매니저는 “일단 지금 맡은 배구단 매니저 일에 더 충실하게 하고 싶다. 아직 우리 도로공사만이 V-리그 챔프전 우승이 없는데 챔프전 우승의 그날까지 매니저로서 선수단을 잘 보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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