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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세월호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미수습자 9명 가운데 한 명인 단원고 학생 박영인군의 부모는 둘째아들의 생일을 맞은 지난 5일 팽목항을 찾아 흐느꼈다.
“영인아! 오늘이 너의 생일이야. 이제 엄마 아빠랑 집으로 가야지.” 1000일 가까이 팽목항을 지켜온 부부는 “열여덟 살에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가 성인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5일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인 박영인군의 생일을 맞아 팽목항을 찾은 박군의 부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방파제 리본 조형물 아래서 케이크와 꽃, 음식물을 차려놓고 있다. |
휴일인 8일 세월호를 삼킨 진도 앞바다에는 ‘1000개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하늘은 팽목항을 휘감고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절망, 괴로움을 아는 듯 먹구름을 잔뜩 품었다. 한편으로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했다.
진도의 시커먼 바다속으로 침몰한 세월호에는 다윤·은화양, 영인·남현철군 등 단원고 학생 4명과 단원고 교사인 고창석·양승진씨, 일반인 권재규씨와 당시 7살이었던 권씨의 아들 혁규군, 이영숙씨가 잠들어 있다. 이들 희생자 가족 중 3가족은 1000일을 하루처럼 팽목항을 지키며 지난한 기다림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분향소 한쪽을 지키고 있는 고무신 9켤레는 세월호가 하루빨리 인양돼 한날한시에 주인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수습자 9명을 향한 간절함은 전국 어린이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며 그리고 쓴 4656장의 타일로 만든 ‘기억의 벽’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진도체육관도 마찬가지다. 참사 이후 수만명이 다녀간 이 체육관에 인적은 드물어졌지만 슬픔은 더욱 짙게 채워져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조사에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가족들의 절망감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과 전국을 뒤덮은 민심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다시 기억 저편에서 소환했다. 정부와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전국을 휘감고 있는 요즘 팽목항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정민배(가명·49)씨는 “방학에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며 “유족들의 아픔이 여전한 팽목항을 보니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극을 잉태한 원인을 파악하고 이런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윤양 어머니는 “아이와 헤어진 지 1000일이 되는데 얼른 아이를 찾아 안아주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유실 없는 인양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지만 인양에 나서는 분들의 안전도 한없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도=한승하 기자 hsh6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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