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4시50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 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정부가 지원해준 대가로 최씨 일가에 거액을 제공한 것’이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를 현재로선 수긍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강요에 돈을 빼앗긴 것일 뿐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는 삼성 측의 반론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이 정부에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3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가운데 핵심인 뇌물공여 혐의에 법원이 강한 회의를 드러내며 다른 2가지 혐의는 더 깊이 들여다볼 것도 없이 기각 결정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장을 기각한 조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서 철저히 법리만 따지는 원칙론자로 통한다. 실제 전날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 부회장에게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하길 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조 부장판사는 ‘특검 사무실은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유치 장소로 보기 어렵고 앞서 특검이 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들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김태훈·김민순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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