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눌린 가계, 1344조 사상 최대 / 4분기만 47조 늘어 신기록/ 1인당 평균 부채 2613만원/ 부동산경기·저금리 맞물려/“제2금융권 대출 자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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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작년 4분기에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하며 13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은행 대출 통로를 조이자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의 영향이 컸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빚만 꾸준히 늘고 있는 형국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신용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1203조1000억원)보다 141조2000억원(11.7%) 늘었다. 연간 증가액이 사상 최대다. 4분기 증가액은 47조7000억원인데, 이 역시 분기 기준으로 최대다. 가계신용은 대표적인 가계부채 통계로 가계가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이다.
제2금융권인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91조3000억원으로 작년에 42조6000억원(17.1%) 급증했다. 이는 연간 최대 증가 폭으로, 2015년 증가액(22조4000)의 2배 수준이다. 작년 가계부채 폭증은 부동산 경기부양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린 결과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으나 시장은 “빚 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움직였다. 강남 등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운 터에 한국은행이 작년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내려 더욱 빚 내기 좋은 여건을 만들었다.
가계부채 총액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부채가 계속 늘면서 빚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작년 1분기 0.8%, 2분기 0.8%, 3분기 0.7%에 그쳤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가계는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의 26.6%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부채를 통계청의 2017년 추계인구(5144만6000명)로 나누면 1인당 평균 2613만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간담회’에서 “제2금융권의 지나친 가계대출 확장은 은행권에서 비은행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카드 사태 등 그간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2금융권은 이제 외연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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