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당시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실태’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으로 구성된 경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강 사업에 참여했다. 이 바람에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낙찰 예정자를 사전협의하는 등 손쉽게 담합을 저지를 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호텔 회동 등 담합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별다른 제재 없이 2011년 말 준공을 목표로 사업비 4조 1000억원 규모의 1차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해 담합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특히 대운하 안을 반영한 탓에 당초 계획보다 준설·보(洑) 규모를 준설량은 2억2000만㎥에서 5억7000만㎥로, 보는 소형 4개에서 중대형 16개로 각각 확대함으로써 낙동강은 최소수심(6.0m) 및 사업구간(낙동강 하구→상주) 등이 대운하 안(최소수심 6.1m)과 유사하게 결정됐다. 이 때문에 수심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비 증가, 수질관리 곤란 등 부작용이 우려됐다.
또 국토·농림부 소관 2차 턴키공사와 환경부 소관 총인처리시설 공사 21건을 점검한 결과 5건의 ‘들러리 입찰’등 가격담합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 4대강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내고 “결국 4대강 사업 담합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벌인 공공민간 합작작품으로 밝혀졌다”면서 “여야 합의대로 4대강 국정조사를 열어 4대강 사업 추진 주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발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가세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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