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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北 도발 속 꽃피는 美·日‘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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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4 13:57:25 수정 : 2017-09-04 13: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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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태평양을 사이에 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브로맨스’가 꽃을 피우고 있다. 트럼프와 아베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전후로 하루에 두 번 통화하는 이례적인 ‘애정’을 과시했다. 특히 이날 두 번째 통화는 일본 시간으로 저녁 11시 심야 시간대에 이뤄져 두 사람이 얼마나 스스럼없이 지내는지 내외에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께에도 전화 통화를 하고,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반복하는 북한 문제 대책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찰떡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재인 대통령 때리기와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 두 번째로 전화를 건 시간은 미국 시간으로 3일 오전 10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전화하기 약 2시간 30분 전 아침 7시 30분에 세 개의 트위터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위터 글에서 “내가 한국에 말했듯이 북한과 유화정책(appeasement)을 말하는 것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한국이 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굴하게 상대방에 타협하고 양보하며 비위를 맞추는 외교 정책을 일컫는 ‘유화정책’이라는 말로 문 대통령에게 한 방을 먹인 뒤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럼프의 ‘예스 맨’ 아베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걸고 넘어졌지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북한이 며칠 숨 고르기를 하는 순간에 “북한이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고 앞질러 나갔다. 그러다가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중국, 한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책임 전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아마추어 행보에 꿋꿋하게 발을 맞춰 옆에서 걸어가는 충직한 친구가 있다. 바로 아베 일본 총리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북한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충성스런 동료’(royal sidekick)는 아베 신조 총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집중 조명했다.

WSJ는 “대북 정책의 혼란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켜주는 단 한 명의 의지가 되는 사람이 아베 총리이고, 아베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트럼프에게 동의를 표시해 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아베가 계산된 발언을 반복하면서 요점을 강조하는 데 반해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게 공격적인 입장을 털어놓는다”고 두 사람 간 스타일의 특징을 설명했다. WSJ는 “트럼프와 아베는 본질에서 같은 입장에 서 있다”면서 “아베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야 하고, 트럼프처럼 북한에 개인적인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지도자의 트럼프와 거리 두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과 대외 정책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 입장에서는 ‘막가파’ 트럼프와 친한 것처럼 비쳤을 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럼프와 거리 두기를 하려는 대표적인 국가 지도자로 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메르켈 총리가 “수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잘못된 해답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 회견을 통해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에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아베 총리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한 조각의 빛도 새나가지 않는’ 완벽 공조 체제에 올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고조시켜도 그 모든 책임이 김정은에게 있을 뿐이고, 트럼프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아베의 인식이다.

◆아베의 몰락 가능성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 문제 칼럼니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지난달 30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와 아베의 결속은 점증하는 긴장 관계를 감추고 있을 뿐이고, 아베가 트럼프와 트러블을 일으키다가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나바시는 “아베와 트럼프가 연합 전선을 구축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일 간 인식의 차이를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나바시는 “현재의 미·일 관계는 아베의 몰락을 잉태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동북아의 안보 이슈를 넘어서 미·일간 무역과 일본의 지역 정책을 건드리면 아베는 그 어떤 스캔들보다 심각한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요구,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미·중 무역 분쟁, 아시아에서 미군 전력 감축 등이 아베의 앞길에 놓인 지뢰라는 게 후나바시의 주장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예측이 불가능한 치명적인 인물이어서 그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하고, 아베가 그런 트럼프로 인해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후나바시가 진단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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