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이론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음을 보였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는데 핵은 원자의 중심부에 있고, 크기는 원자 지름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질량은 핵에 집중돼 있다. 이에 핵은 밀도가 매우 높아 만약 완두콩만 한 원자핵이 있다면 질량이 2억5000만t이나 된다. 원자핵이 변환되면서 적은 일부가 에너지로 변환하면 엄청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TNT 같은 화학폭탄은 분자를 이루는 원자 사이의 결합에너지 변화로 에너지를 발생하는 데 반해,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같은 핵폭탄은 원자핵의 변화에서 에너지를 발생하게 된다. 핵을 구성하는 핵자라고 불리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거의 비슷하고 전자는 양성자의 약 2000분의 1에 불과하다.
원자는 중성이기 때문에 원자의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 수와 음전하를 가진 전자 수는 같다. 그리고 양성자 수에 따라 원자의 종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는 양성자 수 1개, 산소원자는 8개 등과 같다. 그리고 양성자 수를 원자번호라고 해 원자를 구별할 때 사용한다. 동일한 원자 중에 서로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가 존재하는데 이들은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것이다. 우라늄은 양성자가 92개이고, 중성자가 146개로 핵자가 238개인 우라늄 238U와 중성자가 143개로 핵자가 235개인 우라늄 235U의 동위원소를 가진다. 원자의 종류는 전부 100여 종이 되지만 원자번호 92인 우라늄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원자번호의 원자이다. 이러한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외곽 전자를 뚫고 들어가 원자핵과 충돌해 원자핵을 변화시켜 핵반응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핵폭탄의 기본 원리이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
1940년대 확립한 핵폭탄 제조방법은 잘 알려져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런 위험한 무기를 제어하는 방법은 핵폭탄의 원료를 감시하는 것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우라늄의 생산을 감시하고 있다. 핵폭탄의 원료인 235U는 천연 우라늄 속에 오직 0.7%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238U이다. 핵반응에 사용하기 위해서 235U를 농축시키는데 원자력 발전의 원료는 3∼5% 정도로 핵폭탄은 90% 이상으로 농축해야 한다. 그런데 우라늄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같고 원자량만 미세하게 다르기에 농축시키기 매우 어렵고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핵폭탄의 또 다른 원료는 원자번호 94의 인공적 원소인 플루토늄 239Pu이다. 플루토늄은 연구용이나 핵발전에 사용하는 원자로 내에서 만들어지기에 폐연료봉에 포함돼 있어 이를 재처리해 농축시키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최근 북한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북한은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다량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핵폭탄을 만들고 운반하는 미사일기술도 상당 수준에 올랐다고 한다. 핵반응의 발견은 인류에게 축복과 재앙의 양면을 보였다. 개발한 과학자들은 불을 인류에게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라고도 할 수도 있지만, 첫 번째 사용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공적 파괴를 경험하게 했다. 전 세계는 힘을 합쳐 북한이 핵폭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승준 고려대 교수·물리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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