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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한국의 의료비 중 공공재원(정부)이 차지하는 비중(General Government+Social Security)은 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73%)에 비해 매우 낮다. 의료비 중 정부의 지출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 미국, 칠레뿐이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이 '저부담-저급여' 기조를 유지해 온 결과이겠지만 의료비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과거 10년 동안(2005~2015년) 지출한 공공재원은 OECD 국가 중 칠레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증가해 왔다.
즉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재원을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비에서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낮은 수준인 동시에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의료비로 꼽을 수 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의 의료비 실질 증가율은 5.4%로 OECD 평균 0.6%의 9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요 원인은 비급여의료에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급여의료비(진료비)는 2009년 39조3000억원에서 2014년 54조4000억원으로 1.4배 증가한 반면 비급여의료비는 동 기간 6조2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1.8배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시도가 2005년부터 본격화됨에 따라 과거 10년 동안 국민의 고통을 증가시켜 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재정(급여비)을 투입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의료비가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0%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비급여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한 원인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는 크게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의료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의료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급여의료에 한해 정부가 진료행위와 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반면 비급여의료는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따라서 비급여의료비는 의료기관이 부르는 게 값인 세상이 됐다.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까지 비급여에 포함돼 있어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그렇다고 과거 정부에서 비급여의료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를 통해 비급여의료를 관리해 왔다.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는 2010년 1월 29일부터 의료법 제45조와 시행규칙 제42조의2의 규정에 따라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병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소비자(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즉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제도'는 의료기관별로 비급여의료의 진료비를 공시해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의료기관 간 경쟁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를 낮추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 제도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초기 의사결정 책임을 전문성이 취약한 소비자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비급여 문제를 개선하는 데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문재인케어는 치료 목적이 아닌 성형, 피부미용, 영양주사 등과 같은 일부 합의비급여만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의료를 전면 급여화하고 진료행위와 진료비의 적정성을 정부가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위협해 온 주요 원인을 정부가 직접 바로잡겠다는 것으로 개혁의 방향성을 정확하게 설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문재인케어의 세부 내용과 향후 실행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한계 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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