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해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경주 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인 포항 강진이 발생했으니 원전 안전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월성과 고리, 신고리 원전이 모두 포항 지진의 진앙인 양산단층대에서 2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잇단 강진 속에서도 국내 원전 24곳은 이상 없이 정상 가동됐다. 세계적으로도 지진만으로 원전 사고가 난 건 한 번도 없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이 공사 재개를 결정한 것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원전 24기 중 21기는 이미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보강작업을 마친 상태다. 신고리3·4호기 이후 지어지는 원전은 아예 규모 7.0에 견디도록 설계되고 있다. 남은 3기의 보강작업도 내년 6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작 위험한 것은 학교 건물을 비롯한 다중시설이다. 그제 지진으로 대학교 건물 외벽이 와르르 무너지고 수능시험을 치르기 힘들 정도로 피해를 본 학교가 속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학교 32곳에서 건물이 균열됐고 주택 1000여 채가 부서졌다. 규모 5.4의 지진이 이런 정도라면 향후 예상되는 더 큰 지진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실제 유치원이나 초·중·고교 건물 내진율은 25.3%에 그치고, 민간 건축물의 내진율도 20.4%에 머문다.
지난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우리는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소리만 요란했지 대책은 빈 수레였다.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조사는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정부는 작년에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지진 안전대책 관련 예산을 77%나 깎아버렸다. 국회에 발의된 지진 관련 정부·의원 법안도 16개 중 겨우 2개만 통과됐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치인들은 포항 지진 현장을 다투어 찾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산을 떨고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차분히 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각종 건물의 안전에서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총점검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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