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측이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라는 지향점을 분명히 밝히고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발을 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남북은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의 금지에 합의한 바 있지만, 당시엔 남북 총리가 서명했었다. 게다가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천명하기 전인 2009년 이 선언을 폐기하면서 남북 사이에 명시적인 비핵화 합의는 전혀 남지 않았다.
판문점 선언에는 그간 김 위원장이 밝힌 비핵화 의지가 ‘완전한 비핵화’로 한 단계 격상돼 명문화됐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요구했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가까워진 표현을 통해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핵 동결이나 비확산 수준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어느 정도 덜어냈다고 볼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CVID의 약칭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남북 공동선언문에 이 표현을 넣는 것에 동의한 것은 그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이미 결단을 내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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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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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교환한 뒤 서로 손을 잡고 밝게 웃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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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포옹하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다만 문 대통령이 최우선 의제로 상정한 비핵화가 선언문의 마지막에 위치하고, 시한을 못박기도 한 다른 합의사항에 비해 느슨한 표현으로 담겼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공동언론발표에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판문점 선언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의사를 나타낸 것을 놓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의) 육성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기회에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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