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고기압이 이길 것인가, 아니면 태풍이 값진 1승을 따낼 것인가.
계속되는 폭염 탓에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태풍을 기다리는 상황이 됐다. 일주일 새 태풍 3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중 하나쯤은 우리나라에 시원한 비를 뿌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커졌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희망고문’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상청과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태평양 해상에서는 제10호 태풍 ‘암필’과 제11호 태풍 ‘우쿵’에 이어 종다리가 연이어 발생했다. 태풍이 자주 만들어지면, 견고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아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기상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한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헤비급 선수라면 태풍은 라이트급으로 체급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사무관은 “현재 올라오는 태풍들(우쿵·종다리)은 커다란 고기압들 사이에서 태어나 이동하는 것도 그 틈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태풍 때문에 고기압에 균열이 생기거나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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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한 기상청 사무관도 “고기압의 힘이 많이 약해졌을 때라면 모를까 요즘 같은 상황에서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을 뚫고 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태풍이 북태평양고기압과 직접 겨루지는 않더라도 날씨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태풍 암필(24일 소멸)의 경우 중국에 상륙했지만 한반도에 습기와 구름을 불어넣었다. 종다리 역시 우리나라 동부지역에 비를 뿌리거나 구름대를 형성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나라가 태풍 이동경로의 왼쪽에 놓일 가능성이 커 종다리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겠다고 예보했다. 28일 서울은 아침부터 30도에 육박하는 후텁지근한 날씨를 보이겠고, 낮 최고기온은 34도까지 오르겠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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