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차장 측은 최근 해명을 통해 “업무협조 차원”이라고 밝힌 적 있다. 임 전 차장 측 황정근 변호사는 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는 인력이 부족해 각 부처나 기관에 협조요청을 많이 한다”며 “최 전 비서관은 부장판사 출신이니 (행정처 내) 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되는 자료는) 기존 판례와 학설을 복사 또는 붙여넣기를 한 것일 뿐 법리검토나 자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임 전 차장 측 해명을 사실상 자백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청와대 요구로 수백쪽 분량 보고서를 만들어 보내줬다는 걸 모두 시인한 셈”이라며 “이걸 어떤 논리로 정당화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구속된 직후 최 전 비서관이 임 전 차장한테 “박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하라’고 요구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한테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해당 문건은 임 전 차장을 거쳐 청와대로 넘어갔다.
법조계에는 임 전 차장의 법리검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엄연히 3권분립 원칙이 있는데 청와대 비서진이 법리검토가 필요하면 법무부나 외부 법무법인에 의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유무죄를 판단해야 할 법원이 박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되는 문건을 만들어준 건 모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임 전 차장을 피의자로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