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단독주택과 토지에 이어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등)에서도 고가 위주로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면서 고가 아파트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됐다.
정부는 공시가격과 시세가 큰 격차를 보인 일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 수준인 68.1%를 유지했다. 단독주택과 토지의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각각 53.0%, 64.8%인 점이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전체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지난해 수준에 그쳤지만 시세가 높아질수록 공시가격 오름폭이 큰 경향이었다. 시세별 공시가격 평균 변동률은 △시세 3억∼6억원 주택(약 291만2000채) 5.64% △6억∼9억원(약 66만 7000채) 15.13% △9억∼12억원(약 24만2000채) 17.61% △12억∼15억원(약 12만채) 18.15% △15억∼30억원(약 15만채) 15.57% △30억원 이상(약 1만2000채) 13.32%다. 지난해 집값 폭등기에 시세 12억원을 넘긴 일부 아파트들은 25%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세가 많이 오른 아파트는 공시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말이 현실화된 셈이다. 시세 30억원 이상 공동주택들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시세 6억∼30억원 공동주택들의 상승률보다 낮은 이유는 9·13 부동산 대책 후 초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폭이 컸기 때문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전체적으로 지난해 집값 급등 진원지였던 강남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공시가격 인상 조치의 집중 타깃이 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용산(17.98%), 마포(17.35%), 성동(16.28%) 등의 상승률이 높았고, 강남 3구도 평균 15.31%로 서울 평균 인상률보다 높았다. 국토부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증가와 정비사업 및 각종 개발사업 영향으로, 광주·대구는 주거환경이 우수한 지역 내 신규 아파트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및 건강보험료 산정의 기본 재료다.
세계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의뢰해 이번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증가분을 조사한 결과 추정시세 28억2000만원인 서울 용산구 용산푸르지오써밋(전용면적 189㎡)의 경우 지난해 보유세가 596만4912원이었는데 올해엔 868만2768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약 272만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데, 보유세 부담액 증가율이 46%에 이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132㎡)는 보유세가 약 295만원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부 예시자료에서도 시세 9억∼12억원 구간에 있는 성남 분당구 수내동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101㎡)는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8.6% 상승하면서 20만2000원이 늘어난 168만9000원의 보유세를 내게 된다. 반면 시세 6억원 이하 공동주택의 경우는 공시가격 변동률이 평균보다 낮아지면서 보유세 상승폭이 둔화되거나 낮아지는 경우도 생겼다. 추정시세가 1억6200만원인 충남 천안시 북구 쌍용동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기준 보유세가 지난해 19만2480원에서 17만9040원으로 줄어들었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강보험료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앞서 예로든 분당구 수내동의 아파트 보유자는 지역가입자라면 건강보험료 상승분이 월 5000원이었다. 국토부 당국자는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는 60개 구간의 재산보험료 등급표로 산정해 공시가격이 인상돼도 등급이 바뀌지 않는 한 보험료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5차(전용면적 273.64㎡)인 것으로 나타났다. 68억6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800만원이 올랐다. 트라움하우스는 14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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