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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산학 겸임 교사 ‘코티칭’… 4차산업혁명 인재 키운다 ['2019 미래교육' 현장보고서]

입력 : 2019-05-20 06:06:00 수정 : 2019-05-19 21: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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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서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르포/ 2010년 에너지 마이스터고로 지정/ “납땜 방법보다 왜 하는지를 알아야”/ 프로젝트 기반 수업 기획·협업 체득/ 미로판 만들어 탈출 프로그램 짜고/ 3D프린터로 마블 ‘타노스 장갑’ 제작/ 사제 간 함께 점심 ‘밥상머리 교육’도

가벼운 재질의 분홍색 보드지(두꺼운 종이)로 미로를 만드는 학생들, 멀쩡한 의자를 앞에 두고도 모니터 앞에 허리를 숙인 채 토론하는 학생들. 지난 7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의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컴퓨터 실습실의 풍경이다.

수업 주제는 아두이노(Arduino)를 활용한 미로 탈출. 아두이노란 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 중앙처리장치가 포함된 칩 형태의 작은 컴퓨터 장치를 말한다. 하드웨어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디자인 작품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게끔 돕기 위한 장치다. 융합과 연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이 주목하는 기술로 꼽힌다.

수업 목표는 미로 안에 갇힌 구슬을 빠져나오게 하는 것. 한 학생이 미로판을 만들면 다른 학생은 판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게끔 회전축을 붙이고 이를 제어할 프로그램을 짠다.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원격제어로만 이리저리 판을 기울여 구슬을 이동시켜야 한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지난 7일 3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들 작품의 도안을 짜고 있다.
수도공고 2학년 3반 담임 류나은 교사(왼쪽 세 번째)가 지난 7일 ‘밥상머리 교육’의 일환으로 담당 학급 학생들과 대화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수도공고가 마이스터고이기에 가능한 수업이다. 수도공고는 2010년 에너지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마이스터고는 전문 직업교육 발전을 위해 산업 수요와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다. 이명박정부 시절 독일의 기술자교육시스템을 본받고자 도입된 고교다양화 정책의 일환이다. 1924년 경성전기학교로 설립된 수도공고는 마이스터고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날 수업도 담임교사와 산학 겸임 교사의 코티칭(co-teaching)으로 진행됐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하는 도담교육의 신충환 대표가 학생들 사이를 헤집으며 1대1 교육에 나섰다. 신 대표는 “흔히 올바르지 못한 교육으로 ‘주입식’이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최근 교육 추세는 실제 실습이나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배우는 데 중점을 둔다”며 “아두이노는 산업 현장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공고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 훈련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을까. 신 대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는 “취업하면 다시 회사에서 처음부터 일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핵심은 업무 프로세스의 이해다”라며 “요즘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특정 분야에 대한 기술 자체보다는 흐름을 파악하고 기획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납땜을 할 줄 아는 것보다 여기에 납땜을 왜 하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공고에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많이 하는데, 그런 학습을 통해서 기획, 구성, 역할분담, 협업 등 모든 과정을 체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공고 1학년 학생들이 지난 7일 아두이노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이제원 기자, 이동수 기자

신 대표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진행했던 아두이노 수업을 얘기했다. 아두이노를 활용해 원하는 제품을 만든 뒤 같은 반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수업으로,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기획 의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수업이었다. 신 대표는 “학생 중 한 명이 지난 몇 년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시리즈 ‘어벤저스’에서 악당 타노스가 사용한 ‘인피니티 건틀렛’을 만들었다. 직접 도안을 짜서 3D 프린터로 출력까지 했다”며 “발표를 염두에 두고 또래의 시선을 끌 만한 요소까지 포함해 아두이노를 활용한 사례라서 반 친구들 사이에서 호응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물어물어 ‘수도공고 타노스’를 만날 수 있었다. 3학년 5반 에너지전자제어과에 다니는 이창훈(사진)군. 그는 당초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건틀렛을 만들려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군은 “타노스가 (건틀렛에 박힌) 특정 스톤을 사용할 때 그 스톤만 밝아지는 영화의 장면을 아두이노로 구현했다”며 “전자과의 특성을 살려서 발광다이오드(LED) 제어 기능을 건틀렛에 추가해봤다”고 말했다.

어느새 점심시간. 학교를 안내해주던 나채이 교무기획부장은 “저희는 점심시간이 좀 특별하다”고 말했다. 수도공고에서는 학급들이 순번을 정해 교사와 학생이 2주에 한 번 정도 다 같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사, 학생 구분 없이 배식을 마치고 모두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맛있게 먹겠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술을 뜬다. 점심시간은 교사와 학생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상담을 가지는 계기도 된다. 나 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이전보다 개개인의 소통이 중요해졌다. 집단 내에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수도공고가 점심시간을 70분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며 밥상머리 교육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부보다 열정으로… 자체 팀 꾸려 한국대표 된 아이들”

 

“학교에서 공부 가장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가장 열정적인 아이들인 건 맞습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자율동아리 ‘더문스’를 지도하는 이종현 교사가 말했다. 더문스는 수도공고 전기에너지과 2학년 학생 6명으로 이뤄진 자율동아리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열리는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 OM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위해 21일 출국한다.

 

OM대회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후원으로 매년 미국에서 열린다. 전 세계 각국 대표단 3만여명의 학생이 모여 창의력, 도전정신 등을 겨루는 대회다. 1978년 시작돼 올해로 41회를 맞았고, 더문스는 지난 2월 한국 본선에서 팀 도전과제 대상을 받아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의 자율동아리 ‘더문스’ 구성원과 이종현 지도교사가 지난 7일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용군, 이 교사, 문희성·강호산군.    이제원 기자

이 교사는 더문스의 도전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보다는 스스로 팀을 꾸리고 학교 교육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는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고등학생에게 무조건 정보통신기술(ICT)을 가르치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정말 중요한 건 팀워크,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문스 학생들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상황대처능력, 꼼꼼함 등을 키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동아리장을 맡은 문희성군은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마지막에 놓치는 부분이 없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 교육 현실에서 고등학생이 입시를 무시할 순 없다. 마이스터고인 수도공고의 경우 취업에 해당한다. 개인 시간을 쪼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박재용군은 “이 대회가 취직에 어떻게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면서도 “자기소개서를 쓸 때 풍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결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실패한 경험을 솔직하게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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