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나란히 구속기소했지만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 대부분의 혐의 입증에는 실패했다.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셈이어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하명 수사’에 따른 한계라는 지적이 따른다. 검찰은 “일절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또,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수강간’ 의혹 조사 끝에 결국 ‘뇌물’로 선회
검찰 특별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4일 김 전 차관에게 1억70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받아 챙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걸어 재판에 넘겼다. 또 윤씨에게 강간치상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적용해 나란히 기소했다.
애초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 권고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특수강간 혐의가 과거 두 차례 수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공소시효 완성 여부와 피해 주장 여성이 과거 검경 조사 과정에서 재차 말을 바꿔 신빙성이 의심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뇌물 부분을 수사해 달라고 권고했다.
검찰 역시 김 전 차관이 윤씨 소유 강원 원주 별장에서 여성을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긴 이른바 ‘별장 동영상’만으로는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결론짓고 수사 권고된 혐의 입증에만 주력했다는 입장이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뇌물 혐의를 이번에 입증한 결정적 증거는 윤씨의 자백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윤씨가 그동안 ‘별장에서 파티하고 노는 게 무슨 대 가관계가 있냐’며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는데 금품 부분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나중에라도 부탁할 일이 있지 않겠냐고 하더라”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윤씨의 강간치상 혐의는 밝혀냈지만 사회 유력인사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 부분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물증이 없어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상상 가능한 모든 죄명을 붙이더라도 공소시효가 다 지났다”고 설명했다.
◆주요인물 줄줄이 ‘무혐의’… “애초 무리한 수사지시”
이 사건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회 특권층 범죄로, 검경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수사를 지시한 사안이다. 사실상 ‘하명 수사’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김 전 차관 등은 곁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대다수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당초 무리한 수사 지시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김 전 차관 의혹에 대한 수사 외압을 작용한 혐의(직권남용)가 걸려있던 청와대 곽상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2013년 3월 당시 경찰 고위직이 교체된 것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서 인사가 난 것”이라며 “잘못된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단은 이른바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아온 1·2차 검찰 수사팀의 직무유기 혐의 수사를 위해 전·현직 검사 8명을 12차례에 걸쳐 조사한 데 이어 대통령기록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수사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 윤씨 소유 별장에서 발견된 명함을 근거로 과거사위가 수사를 촉구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등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사는 기소를 전제로 수사하는 사람”이라며 “함부로 수사력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검찰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 부장검사는 이날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 개혁을 말하는 현 정부도 결국 검찰을 ‘도구’로 활용하려고 했던 결과”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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