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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쏟아붓다 한낮엔 ‘뚝’… 폭우의 법칙 [뉴스+]

입력 : 2019-08-01 19:40:53 수정 : 2019-08-01 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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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피하는 물폭탄 ‘이유’ 있다 / 2년간 7∼8월 ‘강수 피크’ 23일 중 / 오후 12∼6시 큰비는 단 2번 그쳐 / 낮, 지표 열 받아 습기 유입 차단 / 밤, 공기 식어 비구름 ‘자가발전’ / 내주 초 수도권 36도 넘는 폭염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서 차량들이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새벽 1∼4시. 불과 세 시간 만에 서울에 21.7㎜의 비가 쏟아졌다. 이날 내린 비(26.9㎜)의 80.7%가 새벽에 집중됐다. 오전 출근시간대 또 한 번 지면을 적신 비는 정오가 되자 뚝 그쳤다. 전날도 오전 2시와 오전 7∼10시에 폭우가 내렸고, 오후가 되면서 빗줄기가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태양을 피해 내리는 폭우’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2017년과 지난해 7, 8월 일 강수량이 10㎜ 이상인 날(서울 기준)은 총 23일이고, 총 31번에 걸쳐 강수 피크가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낮(오후 12∼6시)에 강수 피크가 기록된 건 단 2번뿐이다. 29번은 해가 낮은 고도로 비추거나 깜깜한 밤일 때 폭우가 쏟아졌다. 비가 해 저물기만 기다렸다 내릴 리는 없지만, 우연이라기엔 너무 높은 확률이다.

윤익상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기상청이 예전에 통계를 내봤을 때도 낮보다는 밤과 아침에 강수가 집중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아지랑이 효과’를 들 수 있다. 무더운 여름날 아스팔트가 열을 받으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낮에는 상승기류가 강하게 형성된다. 비는 수증기를 재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습한 공기가 많이 유입돼야 강도가 세지는데, 상승기류가 있으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습한 공기가 육지에서 바다로 제대로 들어오지 못한다. 아지랑이가 차단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윤 예보관은 “낮과 밤에 기압배치 등 기상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밤에는 지표가 식기 때문에 차단벽(상승기류)이 사라져 습한 바람이 더 잘 모여들고, 비구름에 수증기도 더 많이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원인은 밤 사이 벌어지는 비구름의 ‘자가발전’이다. 여름철 폭우를 내리는 적란운은 대류권계면(약 10㎞ 상공)까지 높게 발달한다. 그런데 해가 기울면 구름 맨 꼭대기부터 공기가 식기 시작한다. 차가운 공기는 무거워 하강하기 때문에 구름 꼭대기에 있던 공기가 구름 밑바닥으로 내려오고, 여기 있던 따뜻한 공기를 구름 위층으로 밀어올린다. 이렇게 날이 저물면 비구름 내부에서 상승·하강운동이 활발해지고, 이런 순환운동으로 비구름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런 이유로 밤에 비구름으로 더 많은 수증기가 형성된다”며 “유독 밤∼아침에 거센 비가 내리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기상청은 당분간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지난달 31일∼1일과 같은 큰비는 없을 것으로 예보했다. 다만 국지적으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은 있다. 2일 오후 남부내륙과 제주 산지에 5~4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소식이 잠잠한 대신 35도 안팎의 폭염이 찾아오겠다. 2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폭염 기준인 33도 이상을 보이겠고, 다음주 초반에는 수도권 곳곳에서 수은주가 36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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