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이 늙는 만큼 인생은 늙는다고 한다. 늙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적절하게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혈관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혈관을 흐르는 혈액의 질은 식생활, 운동 습관, 수면, 스트레스 등으로 결정된다. 건강하면 혈액 성분은 균형 있게 유지되지만, 불규칙적인 식생활이나 운동 부족 등으로 혈액 성분이 변질된다. 지방질이나 포도당이 심하게 증가하거나 혈압이 상승하면 혈액은 오염된다. 오염된 혈액은 혈관내피세포에 상처를 입혀 동맥경화를 진행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혈관 벽을 보호하는 노력을 하면서, 혈관을 흐르는 혈액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경희대 한방병원의 권승원 교수는 “뭔가 찌뿌둥하다, 몸이 무겁다, 어깨가 자주 결린다 싶은 순간이 바로 동맥경화가 시작되고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동맥경화란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관 안쪽이 차올라 혈액이 통과하는 길이 좁아져서 혈류 흐름을 억제하는 현상이다. 생활습관병이나 흡연 같은 위험 인자가 더해지면 연령을 불문하고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직결된다. 최악의 경우 돌연사나 수면 중 사망, 치매를 초래할 수 있다. 중증 질병으로 사망하는 4명 중 1명은 혈액과 혈관이 원인인 병으로 사망한다. 공포감을 주는 암에 필적할 만한 병인인데도 관심도가 낮다.
이는 사실이다. 통상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혈압이나 혈액 이상 질병은 지적해 내지만, 막상 ‘혈관이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하진 않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혈관과 피부는 닮아 있다. 흔히 피부 기미, 주름의 원인은 자외선, 스트레스, 여성호르몬, 노화 등으로 알려져 있다. 중장년 여성 가운데 동맥경화가 진행된 사람일수록 기미가 크다고 연구보고가 있다. 일본 에히메대학 ‘항노화 예방의료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여성 169명을 조사한 결과, 기미가 넓은 여성일수록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있었다. 남성에서는 이러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여성 동맥경화의 징후로는 주목할 일이다. 그러면 혈관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권 교수에 따르면 혈관을 재생시키는 기본 수칙으로 걷기를 권한다. 특히 걸을 때 조금만 노력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배와 등이 붙게끔 힘을 준다고 상상하며 하복부에 힘을 주어 홀쭉하게 만든다. 등은 쭉 편 상태에서 걷는다. 이를 ‘드로잉’이라고 한다. 배를 홀쭉하게 넣는 것만으로 몸속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몸속 근육을 단련시키면 전체 체형이 좋아지고, 위와 장 같은 내장 기능이 좋아진다. 출퇴근 시간에 전철에서 드로잉을 의식적으로 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좋은 유산소운동이 된다. 드로잉 자세를 한 채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보폭은 조금 더 늘려 걷도록 한다.
한편으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1분간 정좌’다. 긴 시간 앉아 있을 필요 없다. 장시간 정좌하면 오히려 장딴지 혈행을 막게 된다. 대략 1분 정도인데, 일어섰을 때 다리가 쩌릿쩌릿할 정도로 정좌하면 유산소에 버금가는 운동효과가 있다. 채소 섭취도 혈관 건강 유지에 좋다. 채소를 섭취하면 채소에 있는 칼륨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며, 혈관내피세포를 안전하게 지켜준다. 또한 채소에 함유된 식이섬유도 혈관 건강에 일조한다. 채소에 함유된 식이섬유는 혈액 중 콜레스테롤 배설을 촉진한다. 이외에도 채소에는 에너지 대사에 빠질 수 없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다.
탄수화물이나 지질, 단백질이 차를 움직이는 가솔린이라면,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엔진오일 같은 이치다. 둘 중 어느 한쪽만 부족해지더라도 신체 대사가 원활치 않기 때문에 채소를 제대로 섭취해야한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음식이 꼭 나쁘진 않다고 했다. 기름기 가득한 도시락이나 컵라면 같은 음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보니 ‘편의점 음식은 건강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그러나 편의점 음식 중에도 채소가 들어간 것과 삶은 닭고기나 삶은 달걀, 치즈를 같이 고르면 좋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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