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 미국 탓을 했다. 중국 매체는 “발병지와 발원지가 다를 수 있다”면서 연일 코로나19의 세계적 팬데믹(pandemic)에 대한 책임 회피를 노골화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1면 머리기사로 “미, 코로나19 대처 허둥지둥”이라는 기사를 게재하고, “미국식 국가경영에 대한 시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특히 첫 사망자인 50대 남성을 착각해 여성으로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을 거론하고, “세계적으로 8만5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수십 개국에서 발병한 이 질병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중국을 꼭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의 지난달 27일 발병지에 대한 첫 의문 제기 이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앞다퉈 이런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양잔추 우한대 감염병 연구소 교수는 “대규모 감염이 우한에서 일어났고, 우한에서 처음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해서, 코로나19의 시초라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미 발원설’ 외에도 신천지 교인이 1월 우한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신천지 교인 전파설도 퍼지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역유입 차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국가이민관리국과 해관총서는 전날 국무원 기자회견에서 확산이 심한 국가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의무화하고 의심증상을 보이면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전했다. 이미 동남아 등의 많은 나라가 중국과의 비행기 편을 제한한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인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옌타이, 광둥성, 항저우,난징, 하얼빈 등 곳곳에서 한국인이 격리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2시(현지시간) 기준 격리 중인 한국인은 모두 716명이며, 이 중 지정 호텔 격리자는 407명으로 집계됐다.
상하이 한국인 밀집지역인 훙차오 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색깔이 다른 출입증을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인 주택 소유자는 옅은 파란색, 중국인 세입자는 빨간색, 외국인은 진한 파란색, 임시 방문객은 노란색으로 구분된다. 이 단지에는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상하이 구베이 지역 또 다른 아파트 단지도 한국인과 일본인, 대만인에게만 하늘색 임시 출입증을 새로 발급 중이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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