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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이런 세상에 우리 딸들의 미래가 있겠느냐는 심각한 우려…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

입력 : 2020-03-25 23:00:00 수정 : 2020-03-25 16: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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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檢에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등 적용하는 방안 검토 지시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 등으로 검거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와 그 일당을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는 추미애 법무장관이 먼저 거론했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런 세상에 우리 딸들의 미래가 있겠느냐는 심각한 우려에 대해 법무부 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검찰에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주로 보이스피싱 조직이나 불법도박단 등에 적용되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박사방 일당에게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는 여러 목소리가 나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런 범죄자들에게는 법정 최고형이 선고돼야 한다. 법무부 방침처럼 조직범죄가 맞다"며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으며, "법무부가 오버하네. 법을 확대해석하고 적용하려고 한다"는 신중론도 일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범죄단체 조직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형법 114조에 명시된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에 성립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인을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면 실제 살인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를 살인죄의 최대 형량인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범죄단체 조직 혐의 적용 여부는 조씨 일당이 징역 4년 이상으로 처벌되는 범죄를 목적으로 삼았는지와 '조직'으로 인정될 만큼의 체계를 갖췄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범죄사실을 살펴보면 적어도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과 그 핵심 일당은 범죄단체조직죄의 대상이 되는 범죄를 목적으로 결성됐다고 인정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경찰은 조씨가 자신에게 동조하는 회원을 '직원'이라고 지칭하며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성착취물 유포, 자금세탁, 대화방운영 등의 임무를 맡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두 징역 4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는 범죄로, 이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인정되면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또 '직원'으로 불린 핵심 회원들의 역할이 체계적으로 나누어져 있고, 운영자인 조씨에 의해 조직적 통솔이 가능했다는 점은 '조직으로서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는 '범죄단체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법원 판례에도 부합한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10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에서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췄다"는 이유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바 있다. 조직원 간 서로의 실체를 잘 알지 못했더라도 통솔체계만 갖췄다면 범죄단체로 인정될 수 있다는 판결이어서 온라인상에서 조직돼 조직원들의 '오프라인' 회합이나 교류가 없는 단체도 범죄단체로 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사점을 준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씨의 지시에 따라 회원들이 피해자 유인과 아동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자금 인출 및 전달 등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인정될 수 있어 보인다"며 "조씨 일당은 범죄단체로서의 통솔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씨 일당에게 조직폭력배들에게 적용되는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폭력행위처벌법 4조는 공동폭행이나 공동상해, 공동협박, 공동공갈 등을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한 경우 수괴에게는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간부는 7년 이상의 징역, 일반 조직원은 2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보다 처벌을 강화한 특별규정인 셈이다.

 

경찰이 조씨 일당에게 공동협박 혐의로 적용해 수사를 벌이는 만큼 일단 폭력행위처벌법(폭처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 적용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조씨 일당이 비록 조직폭력배와 같은 외형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조직적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2월 한 조직폭력단 사건에서 "범죄단체는 다양한 형태로 성립·존속할 수 있는 것으로서 정형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구성 또는 가입에 관하여 반드시 단체의 명칭이나 강령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단체 결성식이나 가입식과 같은 특별한 절차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드시 전형적인 조직폭력배의 외형을 갖춰야만 폭처법상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취지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조직폭력배 형태가 아니더라도 공동폭행이나 공동협박 등을 목적으로 나름의 통솔체계를 가진 단체를 조직했다면 폭력행위처벌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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