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구속을 계기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 29일 한국을 “타락이 일상화된 사회”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지는 남조선 검찰 당국의 n번방 사건 수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남조선에서 범죄자들이 인터넷상에서 미성년들을 대상으로 한 패륜 행위를 적극 고취하고 돈벌이를 한 성범죄 행위가 적발돼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며 “남조선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보여주기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전문가들은 이번 패륜 사건을 조장하고 적극 가담한 자들의 대부분이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일베’(일간베스트)를 비롯한 극우익 단체 소속인 것으로 하여 검찰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그동안 북한 대외선전매체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문재인정권 심판을 외치는 야당 정치인들 비난에 열을 올렸으나 n번방 사건 같은 성범죄 수사에 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그간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시도를 강력히 지지하며 윤 총장 등 검찰 지휘부를 비판해 온 점을 감안하면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노리는 건 이번 사건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여론을 조성, 검찰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6시10분쯤 강원도 원산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21일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를 발사한 지 8일 만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북한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중단 촉구 없이 “국가안보실은 국방부 및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발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관련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소집하지 않았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