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민주당이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을 ‘검찰청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4·15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가운데 이는 헌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인데 총선 공약으로 과연 적절하느냐 하는 반론이 제기된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 발표를 통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소방청과 똑같이 검찰청 수장의 호칭을 검찰총장에서 검찰청장으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비례대표 후보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기자들을 만나 “모든 것의 시작은 바른 이름에서 시작한다는 선현의 말이 있다”며 “(검찰이) 유독 ‘총장’ 명칭을 사용하면서 장관에 맞서는, 대항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들이 속출했다”고 명칭 변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 인사를 둘러싼 갈등을 그 사례로 들며 “장관이 불렀음에도 오지 않거나…”라고 했다. 현행법상 검찰총장은 업무에 있어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으나 의전 및 예우에 있어선 장관과 같은 국무위원급 대접을 받는다.
문제는 검찰총장 명칭 변경은 검찰청법만 고치면 되는 간단한 사안이 아니란 점이다. 현행 헌법 제89조 16호는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관리자의 임명’을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검찰총장’이란 관직명은 하위 법률이 정한 게 아니고 헌법에 이미 명시가 되었기 때문에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명칭 변경이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1990년대 노태우정부 시절 군구조 개혁을 하며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 대신 ‘국방참모총장’이란 명칭을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헌법에 엄연히 ‘합동참모의장’이라고 돼 있는 이상 위헌 소지가 크다는 반론에 따라 그냥 합참의장으로 쓰기로 한 사례가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군구조 개혁안을 만들며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육해공군 ‘총사령관’으로 개칭하는 안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이 또한 헌법에 이미 명시된 ‘각군참모총장’이란 이름과 충돌,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에서 취소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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