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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투기 810여대… 실전 가능 기종은 10%뿐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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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9 08:00:00 수정 : 2020-04-19 09: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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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항공군 추격습격기연대 시찰 사진에서 특이한 문구가 적힌 전투기 한 대에 관심이 집중됐다.

 

옆면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77(1988)년 8월 17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77(1988)년 8월 17일 주체97(2008)년 12월 27일 보아주신 비행기’라고 쓰여있다. 그 옆에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보아주신 비행기 주체97(2008)년 12월 27일 주체101(2012)년 1월 30일’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해당 전투기가 북한에서 32년 이상 운용된 기체라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노후 기종인 전투기가 북한에서는 최신형으로 평가받는 미그-29라는 점은 북한 공군의 현재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전투기 옆면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77(1988)년 8월17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77(1988)년 8월17일 주체 97(2008)년 12월27일 보아주신 비행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보아주신 비행기 주체 97(2008)년 2월27일 주체 101(2012)년 1월30일’이라고 쓰여있다. 조선중앙TV·뉴스1

◆보유 기종 노후화 심해…전투력 유지 어려워

 

공중전은 적기를 먼저 감지해 먼 거리에서 격추하는 것이 핵심이다. 뛰어난 성능의 레이더와 사거리가 긴 공대공 미사일이 필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 공군력은 외화내빈(外華內貧, 겉은 화려하나 속은 가난하다)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악하다.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전투기 81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410여대를 운용하는 한국 공군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지난 14일 강원 원산 일대에서 전투기 지상공격 훈련을  실시했던 북한은 최근 중국과 인접한 서해 상공에서 영공 방어를 위한 비행을 늘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한 수호이-25, 미그-19·21·23·29 전투기 중에서 미그-29를 제외한 나머지 기종은 구소련 시대의 낡은 항공기들이다. 

 

미그-29는 구(舊)공산권을 대표하는 러시아의 4세대 전투기다. 30㎜ 기관포 1문을 장착하며, 최대 3.5t의 미사일과 폭탄을 탑재한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미그-29기를 도입했다. 평안남도 순천비행장과 온천 비행장 등에 배치돼 평양 상공 방어에 투입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늘어선 전투기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은 경제난 속에서도 미그-29의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조종사들의 훈련 시간도 다른 기종보다 긴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연구기관 등은 북한이 미그-29 40여 대를 도입했다고 추정하지만, 군과 정보당국은 10여 대가 운용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북한 공군 시찰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종으로, 냉전 종식 이후 성능개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전에서 한국 공군을 압도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한미 공군 전투기들이 휴전선을 넘어 평양으로 북상하면 미그-29와 공중전을 치러야 한다. 평양 일대 레이더와 지대공 미사일 기지의 지원을 받으면 미군 F-16이나 한국군 KF-16 전투기를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F-22나 F-35A 스텔스 전투기에는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창공을 가로지르는 북한 전투기. 조선중앙TV·뉴스1

수호이-25는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공격기다. 북한은 1980년대 말에 36대를 도입했다. 북한은 수호이-25에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하려고 했으나 재정적 문제 등으로 실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북한은 한국 공군 F-4 전투기와 성능이 유사한 미그-23 5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그-21 150여 대, 미그-19·17 200여 대가 있으나 노후화가 심해 현대적인 공중전에는 부적합하다. 전투기 810여대 중 실전투입이 가능한 것은 미그-29와 수호이-25 등을 합쳐 10%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한국 공군과의 공중전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미사일 경쟁으로 번지는 ‘하늘의 대결’

 

북한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전투기 도입을 수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카자흐스탄에서 중고 미그-21 40대를 들여온 것 외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러시아에서 수호이-35를, 중국에서 J-10을 도입하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레이더를 비롯한 첨단 기술 유출을 꺼린 것도 있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중국과 러시아가 판매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을 내세워 억제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누적된 경제난으로 재래식 전력 확충이 어려워지자 군사력 강화 방향을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무기 개발로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십년 동안 각종 미사일을 개발했던 경험을 축적해온 북한은 지대공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배치, 한미 연합군의 공습 시도를 저지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한다. 1982년 6월 레바논 북동부 베카계곡 상공에서 시리아 공군 미그-21, 23이 이스라엘 F-15, 16과 싸워 86 대 1이라는 일방적인 패배를 당한 직후 시리아군이 방공망 강화에 매달렸던 전례가 북한에서 재현된 셈이다.

북한의 KN-06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N-06는 북한이 확보한 최신형 지대공 무기다. 2010년 초부터 개발, 배치한 KN-06 지대공 미사일은 전체적으로 러시아의 S-300 요격미사일(사거리 90㎞) 초기형과 유사하지만, 사거리는 S-300보다 훨씬 긴 1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FT-2000을 참고로 만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확한 배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SA-2, SA-3, SA-5 등을 포함한 북한 지대공미사일 중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는 휴전선 이남을 공습하기 어려운 북한 공군 전투기를 대신하는 무기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동해 상으로 쏘아 올리고 있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은 한미 연합군의 방공망을 돌파하기 힘든 북한 공군을 대신해 남한 내 주요 군사 목표물을 타격할 태세를 갖췄다. 특히 KN-23은 발사체가 하강 단계에서 자유 낙하한 뒤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통해 한미 연합군의 요격 시도를 회피할 수 있다. 단시간 내 연속발사가 가능해 파괴력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 공군도 미사일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F-15K 전투기에 장착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최대 500㎞ 떨어진 지상 표적이나 지하 시설을 정확히 타격한다. 북한 방공망이 미치지 못하는 대전 이북 상공에서 평양 일대를 공격할 수 있어 조종사의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한국 공군이 도입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여기에 M-SAM과 L-SAM으로 구성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패트리엇(PAC-3)을 결합, 유사시 남쪽으로 날아올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게 된다.

 

1950년 6.25 전쟁 발발 이후 한반도의 제공권을 둘러싼 남북의 경쟁 구도는 70년이 흐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로 휴전선에서의 갈등과 충돌은 사라졌지만, 북한은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면서 일부 전투기를 활용, 억제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은 공군력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지만,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남북 공군력 격차를 메우는 요소라는 점에서 위협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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