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처음 발생한 이후 약 7개월간 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특성에 맞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환경부는 2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에서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간 대응조치 경과 및 계절 변화 등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방향 모색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를 주재한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하고 매일 8㎞에 달하는 산악지역에서 폐사체를 수색하고 방역관리를 하는 등 현장의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간 대책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 및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주제 발표에 나선 조호성 전북대 교수(수의과대학)는 야생멧돼지 ASF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야생멧돼지 ASF는 직접 접촉으로 감염되며 폐사율 100%로 전세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아직 없기 때문에 조기발견과 방역차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는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북한 등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전파를 막기 위해 해외 전파 양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해외와 국내 상황이 다른 만큼 국내 특성에 맞는 확산 방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민통선과 비무장지대(DMZ), 산악지대는 울타리를 치기 쉬운 평지로 이뤄진 체코 등 유럽 국가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실효성 있는 울타리 경계지역 관리와 동시에 환경부 주도의 야생동물 질병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과학적 자료에 기반한 역학조사 및 바이러스 특성 분석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멧돼지 ASF는 지난해 10월3일 연천서 처음 발생한 이후 이달 26일까지 총 570건이 발생했다. 2019년 10∼12월에는 20건 내외로 발생하다가 올해 2월 143건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00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최선두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장은 “겨울철 먹이 부족 및 교미기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서 최근 감염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전파경로와 확산 메커니즘 규명하지 않으면 발생할 때마다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등 효율적인 집행이 어렵기에 원인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