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F-35A는 왜 천덕꾸러기가 됐나 [박수찬의 軍]

관련이슈 박수찬의 軍 , 디지털기획

입력 : 2020-05-09 12:00:00 수정 : 2020-05-09 13:11:3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한국공군 F-35A 1호기가 성능점검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F-35A 스텔스 전투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한 5세대 전투기로서 미국과 우방국들의 군사동맹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연결고리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도 2014년 7조4000억원을 들여 F-35A 40대를 2021년까지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군은 2013년 차기전투기(F-X) 사업 1순위 후보였던 미국 보잉 F-15SE을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탈락시키면서까지 스텔스 성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 배치된 F-35A는 비행모습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공군의 공식 홍보횟수도 많지 않다. 스텔스 전투기 확보에 올인했던 과거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북한의 집요한 F-35A ‘찍어내기’

 

F-35A의 대외 공개 문제는 군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안이다.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는 것이 없다보니 “스텔스 전투기라고 홍보도 스텔스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공군은 지난해 12월 전력화 행사 때 F-35A의 별칭을 ‘프리덤 나이트’(Freedom Knight:자유의 기사)로 정하고도 언론 보도 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한국공군 F-35A 1호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비행장을 이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전력화 행사도 비공개로 치러졌다. 축사도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다. 행사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 있지만, 공개용이 아닌 군 내부 업무에 쓰기 위해 촬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은 “국군의날 행사와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등을 통해 F-35A의 대외 공개나 홍보는 충분히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전력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조종사와 무장사, 정비사의 노고를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공군의 ‘로키’ 행보는 과거 전례와는 확연히 다르다. 공군이 새로운 항공기를 도입하면 별칭을 만들고 전력화 행사를 통해 공개해왔다. F-15K는 2005년 명명식에서 ‘슬램 이글’(Slam Eagle)이라는 별칭이 공개적으로 붙었고, KC-330 공중급유기는 ‘시그너스’(Cygnus), E-737 조기경보기는 ‘피스아이’(Peace Eye)라는 별칭이 전력화 시점에 맞춰 공개됐다.

 

군이 F-35A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는 북한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은 2018년 1월 미국 현지에서 열린 1호기 출고식을 전후로 “반민족적 범죄행위”라고 비난해왔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는 “미국으로부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비롯한 첨단군사장비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연합공중훈련과 해병대 합동상륙훈련까지 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도 지난해 12월 F-35A 전력화 행사와 F-35A 홍보영상을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같은해 7월에는 외무성 미국연구소까지 가세했다.

 

청주 공군기지에서 F-35A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정부기관과 매체를 총동원해 F-35A를 콕 찍어 비난하는 것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성능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은 공군을 ‘항공 및 반항공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방공작전을 중시한다. 관련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나 스텔스기를 상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투기 도입이 불가능한 북한으로서는 F-35A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거듭된 비난은 효력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F-35A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기회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공군은 2021년까지 40대를 전력화할 예정이지만 추가 공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민들로서는 충북 청주기지에 있는 F-35A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측에서 F-35A가 거론될 때마다 북한이 비난을 하는데, 이는 여권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성능 한계에 기술 문제까지 ‘첩첩산중’

 

북한 리스크가 정치적 차원의 문제라면, 성능과 기술적 리스크는 항공기 운용 및 군사전력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F-35A의 스텔스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완전한 전투능력을 갖추기까지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블룸버그 통신의 지난 1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작전시험평가국이 매년 실시하는 평가에서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결함이 873건으로 파악됐다. 전투기 양산에 앞서 실시된 2018년 9월 평가 결과(917건)보다 감소했지만, 해결된 문제점이 40여건에 불과하다는 점은 우려스런 대목이다. F-35에 탑재된 25㎜ 기관포는 지상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F-35A에 탑재되는 엔진이 시험실에서 연소시험을 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지난달 “가장 심각한 문제인 ‘카테고리 1’에 해당되는 결함 13건 중 6건이 해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종석 기압 급상승 시 조종사의 귀 통증 문제, 레이더의 해상수색 범위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F-35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마련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중요한 부분은 얼마나 빨리 해결책을 찾아 기존에 배치된 기체에 신속하게 적용하는가다. F-35A는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쓰고 있다. 미국이 겪는 문제점은 이들 국가도 다 겪는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처럼 전투기 보유대수가 많거나 안보위협이 적은 나라는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반면 노후한 F-4와 F-5 전투기의 퇴역을 늦추면서까지 북한, 중국, 러시아 공군과 맞서야 하는 한국 공군 입장에서는 F-35A가 완전한 작전능력을 갖추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미 국방부와 록히드마틴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는 처지지만, 이들은 자국 군대의 문제 해결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결함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F-35A는 스텔스 전투기로 무장과 전자장비를 기체 내부에 수납한다. 날개에 무장 장착이 가능하지만, 스텔스 성능을 상실하므로, 내부 탑재 무장은 암람 공대공미사일과 합동정밀직격탄(JDAM), 소구경폭탄(SDB) 등으로 한정된다. F-35A 1호기 출고 당시 군 당국이 강조했던 ‘뛰어난 스텔스 능력을 바탕으로 지원 전력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은밀히 침투해 선별적으로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100% 발휘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미 공군 F-35A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미군은 수천대의 F-35를 도입하면서 전략폭격기나 F/A-18 전투기 등을 투입하기 때문에 성능상 제약에 큰 문제가 없지만, 부족한 전투기 보유대수로 ‘일당백’이 되어야 하는 한국 공군 입장에서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F-15K보다 훨씬 많은 전자장비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운영유지비 상승에 따른 가동률 저하 등의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공군이 2020년대 전투력 극대화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형 전투기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2020년대 말부터 실용화될 예정인 한국형전투기(KF-X)에 최대한 많은 종류의 무장을 장착해 전투능력을 높이거나, FA-50 경공격기에 장거리 타격능력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처음에는 한반도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F-35A지만, 현재 F-35A는 정치적, 군사기술적 문제로 본래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F-35A가 천덕꾸러기가 아닌, 한반도에서 강력한 전쟁억제력을 발휘할 첨단 전투기가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와 군의 향후 행보와 의지에 달렸다. 스텔스 전투기는 격납고에 고이 모셔두는 귀빈용 항공기가 아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지지 하디드 '완벽한 미모'
  • 지지 하디드 '완벽한 미모'
  • 웬디 '상큼 발랄'
  • 비비 '아름다운 미소'
  • 강나언 '청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