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일부지역에 한해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전세값이 급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의 6·17부동산 대책으로 23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법정동 기준)에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1년간 시행된다.
이곳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려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구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의 토지면적이 주거지역에서 18㎡, 상업지역에선 20㎡를 넘기면 허가 대상이다.
원래 구입 목적대로 부동산을 이용해야 하기에 주택을 사면 그곳에서 2년간 직접 살고, 상가를 구입하면 직접 상업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서울이나 서울과 연접한 시·군 지역 유주택자가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주택을 사면 원래 집을 어떻게 사용할지 소명하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아파트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시행되기 직전인) 어제는 매매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부터는 매매가 조용해졌다”면서 “대신 이제는 전세난이 가중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트리지움 전용면적 59.88㎡(18평)는 전날 8억 2000만원(5층)에 전세 계약된 것을 끝으로 입주 기간 2년의 정상적인 전세 물건은 사라졌다.
인근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지난 13일 전용 59.96㎡가 6억6000만원(7층)에 전세 계약됐는데, 현재는 8억원 이하의 물건이 모두 소진되고 시세가 최고 9억원으로 치솟은 상태다.
이 지역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은 “좋은 학군과 편의시설을 갖춘 잠실동은 전세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매매가 막히면서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풍선효과’이다. 정부가 수도권 투기과열을 막기위해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신청을 하려면 의무적으로 2년 이상을 거주하도록 했다. 하지만 풍선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튀어나오듯이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하게되면 전세매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간 해당 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학군·교통 등의 이점을 갖춘 대신 연식이 오래돼 인근 시세대비 저렴했다. 안정적 전세 공급원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대거 내보내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주인들이 2년 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실제 입주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빈집에 전입신고만 하는 꼼수도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히는 은마아파트의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세입자가 70% 정도”라며 “이번 2년 거주 요건 신설로 다음 만기 때 들어가겠다는(자신의 집에 입주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중개업소 대표도 “전세 수요가 많아지니 전셋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공시지가와 보유세 상승 부담에 전세를 월세로 돌려 상승한 세금을 충당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진단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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