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와 통화하면서 부적절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왜 부산시체육회까지 피해를 보는지”, “(부모가) 어린 선수에게 검찰·경찰 조사를 받게 했는지” 같은 질문부터 “(최 선수가) 남자친구와 안 좋은 뭔가 안 좋은 게 있었나”라는 사적인 부분까지 물었다고 한다. 임 의원은 즉각 “보수언론의 공격”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5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임 의원은 수년 간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 선수의 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최 선수가 경주시청에서 부산시청으로 (올해 초) 팀을 옮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팀으로 와서 잘 지내고 있는데, 지금 부산 선생님은 무슨 죄가 있고, 부산시체육회가 무슨 죄가 있고”라거나 “왜 부산 쪽까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은 또 최 선수가 숨지기 전 검찰에 고소한 일을 두고는 “왜 이렇게 부모님까지 가혹하게 자식을…”, “(가해자들을) 다른 절차가 충분히 있고, 징계를 줄 수 있고 제명을 할 수도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어린 선수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게 했는지”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고인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임 의원은 19분가량 통화 가운데 최 선수가 누구에게 어떤 가혹행위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지만, 최 선수의 개인사에 대해서는 물어봤다고 한다. 임 의원은 최 선수의 동료에게 “(고인이)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하는데, 남자친구와 뭔가 안 좋은 게 있었나”라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의원의 질문 중에는 이번 사건을 체육계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경주시청만의 문제처럼 여기는 듯한 말도 있었다고 한다. 임 의원은 최 선수 동료에게 “다른 친구들도 맞고 사는 애들 있느냐”라고 물은 뒤, “없다”는 답이 돌아오자 “경주시청이 독특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 통화에는 “지금 폭력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전체가 맞고 사는 줄 안다”며 “그게 아닌데 마음이 아파 죽겠다”라는 임 의원의 발언도 담겨 있었다.
보도가 나온 뒤 임 의원은 입장문을 내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상규명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내일(6일) 열리는 문체위 회의에 물을 타기 위한 조직적 행위”라고도 했다. 임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최 선수 사건의 진상조사를 추진 중이다.
임 의원은 “최 선수는 지난 5월20일에야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검찰과 경찰 조사를 매우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친구와의 녹취록에서 나온다”며 “이에 대해 안타까움과 아픈 마음의 표현이 왜 잘못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철인3종경기 전국 팀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아니라 경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고 싶다”며 “부산체육회도 이 사건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걱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임 의원은 “전화 녹취 파일이라고 하니 일부 언론에서 공격 거리를 찾고 싶었던 것 같지만 아무런 내용이 아닌 평상적인 후배와의 대화”라며 “어떤 공격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경기 광명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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