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경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인의 극단적 선택 후 사건을 고의로 축소·은폐하려 했는지 여부로 확대할 전망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이른바 ‘팀닥터’로 불린 안모씨 한 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에서 안씨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급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양선순)는 최 선수에 대한 폭행·폭언 정황이 클린스포츠센터에 신고된 후에도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은 경위로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6일 알려졌다.
검찰 등에 의하면 최 선수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지난 4월8일 자신이 당한 폭행·폭언 정황을 신고했다. 하지만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 게 최 선수 유가족과 동료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최 선수는 결국 지난달 26일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검찰에 은폐·축소 의혹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4월 초부터 6월 말까지 이 사건에 관해 적절한 처분을 내놓지 못한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등이 전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수사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인력 보강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선 최 선수에게 폭행·폭언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감독, 선배 선수 등이 앞서 조사 및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일제히 혐의를 부인한 사실이 알려졌다. 감독은 자신이 폭행·폭언에 가담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감독으로서 선수가 폭행당한 것을 몰랐던 부분의 잘못은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 선수 역시 “폭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대신 이들은 ‘팀닥터’ 안모씨가 최 선수를 구타하고 욕설을 한 사실만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안씨는 의사가 아니고 심지어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으면서 ‘팀닥터’로 불리며 선수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진 안씨를 빨리 조사해야 이 사건 전모를 밝힐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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