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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이어 동탄·시흥 수돗물서도 ‘깔따구 유충’… 전문가 “정수장 관리 부실 탓”

입력 : 2020-07-16 22:00:00 수정 : 2020-07-16 17: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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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경기서도 “벌레 나왔다”

 

인천 서구 일대에서 시작된 수돗물 깔따구 유충이 인근 지역인 부평, 계양을 넘어 동탄시, 시흥시 등에서 발견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인천지역 인터넷 맘카페 등에 유충 피해사례가 잇따라 전해진 뒤 다음 날인 16일 경기도 일부 지역까지 피해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오염원을 못 찾으면 원인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며 수돗물 유충 사태의 확산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정수장 관리 부실”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문가들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인 활성탄 여과지 세척을 주기적으로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과 함께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마련된 각종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인천시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공촌정수장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활성탄 여과지를 주기적으로 세척하지 않아 유충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16일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겨울은 주기가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여름철에는 활성탄 여과지를 2∼3일에 한 번은 세척해야 한다”며 “활성탄 표면에 미생물이 붙어살 수도 있고 탄과 탄 사이에 이물질이 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척할 때 여과지 내 물을 정상 여과 때보다 9∼10배 빠른 압력으로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올려 보내면 활성탄이 부풀면서 탄과 탄 사이에 낀 이물질이 빠져 나온다”며 “이번에 발생한 수돗물 유충은 이런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과지 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인천시 상수도 혁신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활성탄 여과지를 운용하는데 왜 인천에서 문제가 크게 발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주기는 수돗물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세척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7m 깊이의 못(池) 형태인 활성탄 여과지는 숯과 유사한 고순도 탄소 입자를 투입해 유기물을 잡아 냄새나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의 일부로 인천뿐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하는데 인천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상수도 혁신위는 수돗물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해 조치하는 ‘워터 닥터’(물 의사)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고도정수처리시설 같은 새 시설을 만들면 (안정화될 때까지) 집중 관리를 해야 하는 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천 영종도를 비롯해 경기도 동탄, 시흥에서도 수돗물 유충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들어와 행정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중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종은 숲이 많아 아파트 환기 중 날개 달린 벌레가 들어와 습한 수도꼭지 아래에 알을 낳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며 “부화 시기도 6월 이후에 집중돼 이 같은 외부 유입 사례가 아닌가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영종도는 앞서 불거졌던 인천 서구에서 발견된 유충의 진원지로 지목된 공촌정수장에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

 

또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내 아파트 1곳과 마도면 직업훈련교도소에서도 3건의 수돗물 유충 발견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화성시에 따르면 동탄의 한 아파트 2개 세대 주방과 직업훈련교도소 화장실 수돗물에서 유충으로 보이는 2∼3㎜ 정도의 이물질이 발견됐다.

 

시는 이곳에서 서쪽으로 30㎞가량 떨어진 마도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나방파리의 유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교도소는 매송정수장과 마도배수지(2018년 건립)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다.

 

시 관계자는 “마도배수지는 건립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시설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화장실에서 주로 발견되는 나방파리가 수도꼭지 안에다가 알을 낳아 유충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경기도 시흥시 하상동의 한 아파트 주민이 유충이 발견됐다고 신고했다. 다만 이 아파트 다른 주민들의 유충 발견 신고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일대 수돗물은 연성정수장에서 공급되고 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오염원 못 찾으면 원인 파악 어려울 것”이라며 확산 가능성을 제시했다.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그는 “수도관, 관로에서 오염이 됐다고 하면 일부 지역에 오염이 돼 유충이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정수장 자체에서 오염이 됐다면 좀 더 광범위한 범위로 퍼진다”며 “앞으로 지금 (유충이) 나오는 데보다 더 나오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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