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 TV토론 후 지지율 조사서 바이든이 10%P 앞서… 격차 더 벌려
언론들, 트럼프 ‘코로나 책임론’ 불지펴… 바이든 마스크 조롱 사실 부각하기도
트럼프 병세, 바이든 측 반응 등 따라 향후 공화당 지지층 재결집 할 수도
미국 대선을 한 달 남겨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하면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타계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후보 지명을 강행하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첫 TV토론에서 상호 비방과 끼어들기로 난장판을 보여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수’라고 미 언론은 지적한다.
하지만 미 정치 전문가들조차 유권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당장은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와 바이든 후보 측 반응, 언론 보도 등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트럼프 책임론이 가속할 수도, 최전방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다 감염된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확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확진, ‘동정표’ 부를까 ‘책임론’ 가속할까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류 언론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이틀째에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메시지를 일제히 전했다. 아울러 배럿 대법관 후보 지명식 참석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마스크 착용’을 조롱한 사실 등을 부각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트럼프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트럼프 대통령에 호의적인 폭스뉴스는 대통령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 국면에서 백악관에 머무르기보다 최전선에 나서야 했다’고 밝힌 부분을 부각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 이후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10%포인트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2∼3일 전국 단위의 설문(응답자 1005명)을 진행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51%의 지지율을 기록, 41%를 기록한 트럼프 대통령을 10%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4일 보도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최근 수 주 동안 실시된 여론 조사 결과들과 비교하면 약 1∼2% 포인트 더 벌어진 것이다.
대선 여론조사들을 종합 분석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아플지, 백악관에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할지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부를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보다 공화당 지지자가 코로나19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는데, 이번 일로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번 일로 코로나19에 경각심을 가져도 선거 결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바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마스크 착용을 거부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망 등으로 지지를 거둬들일 수 있지만, 반대로 지지층 결집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
◆새 대법관 지명, TV토론 때까지 바이든에 유리
트럼프 대통령 확진 이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들은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보여주거나 예고했다.
배럿 대법관 지명식 1주일 전 공개된 NYT·시에나대의 메인·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차기 대법관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는 응답은 53%,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기를 바란다’는 답변은 41%였다. 친트럼프 언론으로 꼽히는 폭스뉴스가 지난달 7∼10일 유권자 1191명을 대상으로 ‘누가 대법관 지명을 더 잘할 것 같느냐’고 설문한 결과에서도 바이든 후보라는 답변이 52%로 트럼프 대통령(45%)을 압도했다. 이는 두 후보의 전국지지율 차이보다 더 큰 격차다.
지난달 29일 두 후보 간 첫 TV토론은 막장으로 치달았지만 결과적으로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USA투데이는 이날 “바이든이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등 두 주요 격전주에서 승리했다”고 전했다.
NYT·시에나대가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플로리다 유권자 710명과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706명을 상대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로리다 유권자 47%와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49%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주에서 똑같이 42%의 지지를 얻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6월 조사 때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3%포인트, 플로리다에서는 1%포인트 더 많은 지지를 끌어냈다. 두 격전주는 2016년 트럼프가 2% 미만의 표차로 승리한 곳이다. 당시 공화당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이었다. 아울러 공화당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1924년이 마지막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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