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입장을 고수하면서 불퇴전의 의지를 과시하고 있으나 정부와 집권당인 공화당에 대한 그의 장악력이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것 같다고 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 병력 추가 철군을 강행하려 하자 강력히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국가 안보 브리핑을 제공하는 등 정부 이양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등 핵심 4개 경합 주에서 선거 소송을 제기했던 공화당 관계자들은 일제히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오를 이탈하는 공화당 인사들에게 보복 위협을 하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수판 센터가 주최한 글로벌 안보 포럼 연설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것 같고, 그의 당선이 확정되면 전문적인 정부 인수인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은 트럼프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된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만약 새로운 행정부가 있다면, 그들이 들어와서 그들의 정책을 실행해야 마땅하다”고 정부 이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정책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만약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승자로 결정된다면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매우 전문적인 이양을 할 것이고, 이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해리스 후보가 승자로 결정된다면”이라고 말을 꺼낸 뒤 “분명히 지금 상황은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주장했었다.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입장을 지지해왔다. 매코널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 추가 철군을 추진하자 발끈했다. 매코널 대표는 “그것은 미국의 적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고, 그 지역에서 이뤄낸 성과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매코널 대표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갈라서는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도 “성급한 철군은 아프간 정부의 협상력을 약화하고, 미국의 반테러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면서 정부 이양 필요성을 제기한 공화당의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를 트위터를 이용해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오하이오 주지사에 출마할 것인가”라며 “뜨겁게 경쟁을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드와인 주지사의 임기는 2022년까지이고, 그가 재선에 도전할 계획이나 공화당에서 그와 경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인사는 없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른 인사를 내세워 드와인 주지사의 재선 도전을 막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연방 법원에 낸 소송을 자진 철회했다. 이 소송은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부의장을 지낸 보수 성향 변호사 제임스 보프 주니어가 주도한 것으로, 트럼프 정부나 공화당이 아닌 일반 유권자들이 제기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4개의 소송 취하가 1시간 사이에 연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와 공화당 단체, 개인 유권자들은 지금까지 7개 주에서 20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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