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오후엔 문재인 대통령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날 계획이다. 왕 부장이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배경에는 미국 정권 교체기를 맞아 그간 심화한 한국의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계산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25일) 일본 방문을 마치고 밤늦게 한국에 도착한 왕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외교부 청사에서 강 장관과 회담하고, 이후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이동해 오찬하면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강 장관과 왕 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 및 양국 간 고위급 교류 등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고위급 교류와 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내년 조 바이든 정부로 전환 예정인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더 기울어지는 것을 막고자 왕 부장의 방한이 추진됐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양국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 주석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했으나, 최근 확산세로 연내에는 방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왕 부장은 한국과 코로나19 대응 및 경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중 갈등 현안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양국 고위급 간 전략적 소통과 코로나19 방역, 생산 회복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또 국제 및 역내 업무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은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 한중 관계와 관련해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왕 부장은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면담에서는 코로나19 대책과 경제 회복을 위해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시 주석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저녁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만찬이 잡혔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때도 이 대표를 만났으며, 이 대표가 2017년 5월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회동한 인연이 있다.
한편 왕 부장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로 부득이하게 일정을 취소하게 되자 친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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