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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게 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윤 총장 측이 그간 “징계 수위와 상관없이 불복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에 일단 징계취소 소송과 징계효력 금지 가처분 소송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기습 공격에 느닷없이 징계 대상이 됐지만 이후 추 장관을 상대로 한 전선에서 잇따라 판정승을 거뒀다. 전국 평검사는 물론 고검·지검장까지 징계 청구를 철회해달라 나섰고,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행정법원도 윤 총장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추 장관과 여권이 작심하고 밀어붙인 징계위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현실적으로 윤 총장의 반격 카드는 법적 대응밖에 없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한다. 윤 총장의 정직은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에 달렸다.
이후 윤 총장이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면 법원은 우선 징계위 절차에 위법함이 있었는지를 따지게 될 전망이다. 윤 총장 측은 그동안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위원에서 제척되어야 할 추 장관이 징계위원들을 위촉·지정하고 윤 총장에게 기일을 통보한 점 △징계위원이 법률에 명시된 7명에 미달한 점 △징계위원회 직무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가 징계 청구 이후 위촉된 점 △징계 청구 이유가 된 사건의 당사자가 위원으로 위촉된 점 등 절차적 흠결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다만, 정직 2개월이라 법원이 징계 효력을 멈춰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이번 징계로 윤 총장은 내년 7월 임기의 절반을 허비하게 되지만, 이것이 곧바로 집행정지 인용 기준인 ‘돌이킬 수 없는 손해’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어서다. 재판부에 따라 남은 총장 임기 동안 수사지휘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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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법적인 판단 외에 윤 총장이 기댈 만한 언덕은 여론의 지지여부다. 윤 총장이 명예를 회복하고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할 변수로는 법무부가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을 수사의뢰한 것 등이 거론된다. 문건 사건은 당초 추 장관 측 인사로 꼽히는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이 수사를 주도했으나 수사 공정성을 우려한 대검이 서울고검 감찰부로 사건을 넘겼다. 만약 수사결과가 윤 총장 쪽에 유리하게 난다면 법무부의 징계 논리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여론마저 윤 총장 지지가 우세하면 “징계청구 자체가 부당하니 취소해달라”는 윤 총장 사건을 심리하는 법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 총장에게 잇따라 판정패를 당하다 비장의 징계 카드로 한방 먹인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손이 묶인 것을 계기로 윤 총장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수사의 고삐를 세게 쥘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측근인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현재 윤 총장 아내 김건희씨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수사 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전시회 관련 협찬금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중앙지검은 윤 총장 측근인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관련 의혹 사건도 수사 중이다.
이창수·이희진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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