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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이 산다”던 그 무기, 한국군이 정말로 샀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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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19 08:00:00 수정 : 2020-12-18 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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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을 마친 수리온 헬기가 성능 점검을 위한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KAI 제공

“2018년~2020년 P-8A 해상초계기와 SM-3/6 함정 탑재 요격미사일, 해상작전헬기가 한국군에 도입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가 한창이던 2018년 4월 초 주한미군이 발간한 ‘2018 전략 다이제스트’에 수록된 한 그래픽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 정부는 입찰공고조차 내지 않았는데, 주한미군은 한국군의 구매를 기정사실했다는 점에서 “미국 무기 를 사야 한다는 노골적 압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년여가 흐른 지금, 주한미군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지난 15일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 MH-60R을 선정했다.

 

앞서 선정된 P-8A까지 감안하면, ‘예언’은 두 번이나 적중한 셈이다. 

호주 해군 MH-60R이 훈련을 위해 바다 위를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차 사업 패배 설욕…미국 헬기 도입 지속될 듯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은 록히드마틴의 ‘뒤집기’였다. 앞서 지난 2013년 1차 사업(8대)에서는 유럽 레오나르도의 AW-159가 MH-60R을 제치고 한국 해군의 차기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된 바 있다. 

 

‘이변’으로 불린 AW-159의 승리는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기류를 정확히 읽은 결과였다.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첨단 장비 및 한국산 장비 탑재, 가격 인하, 기술이전 등을 제안했다. 무기 중개 업계의 ‘신흥 거물’로 떠오르던 함태헌 셀렉트론 대표의 역할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2차 사업도 AW-159의 승리가 예상됐다. 방사청이 2018년 6월 입찰공고를 냈으나 10월과 11월 두 차례 모두 AW-159만 단독 입찰해 유찰, ‘2회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허용한다’는 방위사업법에 따라 AW-159가 선택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호주 해군 MH-60R이 디핑 소나를 내린 채 제자리비행을 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그런데 미국 정부가 MH-60R도 도전하겠다고 뒤늦게 알려오면서 경쟁 구도로 사업이 재편됐다. 

 

MH-60R은 ‘성능은 우수하나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MH-60R 12대를 8억달러(9700억원)에 한국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하면서 선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는 수출 승인 과정에서 비용 협상을 용이하게 하고자 총비용을 높여서 승인한다.

 

MH-60R은 미국, 호주, 덴마크, 사우디, 인도에서 300여대가 운용중이다. 여기에 그리스가 최근 MH-60R을 선택했다. 대당 단가가 더욱 낮아진 셈이다. 사업비는 약 1조원. 예산 한도 내에서 MH-60R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AW-159는 영국, 한국, 필리핀 외에는 추가 도입국이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가격 인하가 어렵다. 가격과 성능이 중시됐던 이번 사업에서 레오나르도가 고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국 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가 호위함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을 계기로 한국 군용 헬기 시장에서 미국 업체의 시장 지배적 지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추진이 중단된 CH-47 성능개량은 신규 구매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도입이 유력한CH-47F(보잉) 외에 V-22(벨), CH-53K(록히드마틴) 등 후보 기종들은 모두 미국산이다.

 

최근 입찰 공고가 난 기초비행훈련헬기는 미국 벨과 MDHI 기종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선행연구가 진행중인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후보기종은 AH-64E(보잉)와 AH-1Z(벨)이다. UH-60 특수작전기 30여 대 성능개량도 록히드마틴이나 노스롭그루먼 등 미국 업체가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군용 헬기 도입 규모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대 100대에 달하는 미국산 헬기를 한국군에 납품하는 것은 미국 업체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준다. ‘미국 방산업체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공장에서 수리온 헬기들이 조립되고 있다. KAI 제공

◆국내 업체 반격…수리온이 선봉 역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업계도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해상작전헬기나 특수작전헬기처럼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헬기 사업은 미국 업체가 가져갈 수밖에 없지만, 한국군 헬기 시장을 모두 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중형기동헬기다. 당초 예정됐던 UH-60 130여 대 성능개량사업은 △특수작전기 30여 대 성능개량 △기본형 100여 대 수명주기 도래 후 대체로 바뀌었다. 여기에 수리온 성능개량이 추가됐다. UH-60 기본형과 국산 수리온을 1:1로 대체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기동헬기 전력 구축에 대해 KAI와 육군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의 준비작업이 이뤄진 상태다. 

 

육군은 최근 차세대 기동헬기 보유량과 작전운용성능 등을 알아보고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육군은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개념의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이 시급하나, 이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저조하다”며 “차세대 기동헬기 확보 필요성과 함께 작전운용성능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국내 연구개발 가능성과 기술수준 등에 대해 전문기관에 의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주 이유를 밝혔다. 

국산 소형무장헬기(LAH)가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KAI 제공

KAI는 수리온 성능을 UH-60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성능개량과 기술 자립을 함께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유럽 에어버스 헬리콥터 제품인 기어박스를 국산화한다. 기어박스 문제로 엔진 출력이 부족한 수리온의 단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자동비행조종장치도 국산화 대상이다. 

 

연료탱크를 추가하고 외부 인양능력을 6000파운드에서 최대 9000파운드로 높인다. 승객실 좌석 재배치를 통해 UH-60과 동일한 수준인 무장병력 11명을 태울 수 있도록 한다.

 

항공 전자장비도 최신형으로 교체한다. 수리온이 개발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전자장비가 노후했다는 지적이 일선에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위성항법장치(GPS) 재밍 대응과 한국형전술데이터링크(LINK-K) 장착도 추진된다.

 

이를 통해 UH-60과 동등한 성능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UH-60 기본형 100여 대를 대체할 차세대 기동헬기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해병대 상륙공격헬기 사업이 국내 개발로 결정되면, 마린온 무장형 개발도 현실화된다,

 

이는 연구개발 및 생산 기반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수리온→소형무장헬기(LAH)→수리온 성능개량 및 마린온 무장형→차세대 기동헬기 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 연구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기술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수리온 연구개발에 참여한 인력 중 대다수는 LAH 체계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헬기 생산라인도 가동을 지속, 협력업체 이탈을 방지하면서 생산시설 유지를 가능케 한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수리온 생산에 참여하는 기업 수는 131개, 고용인력은 4200명이다.

한국 육군 CH-47D 수송헬기가 활주로에 계류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들은 국내 헬기산업의 기반으로서, 향후 차세대 기동헬기 개발 및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  육군과 해병대도 기존보다 우수한 헬기를 얻게 된다.

 

변수도 있다. 헬기 기어박스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항공전자장비 개발도 쉽지 않다. 첨단 차세대 기동헬기를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느냐는 회의적 반응도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국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에어버스 헬리콥터가 참여했던 것처럼 기어박스 등 수리온 성능개량에도 협력을 하는 방안이다.

 

차세대 기동헬기는 미군의 차세대 헬기 개발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이 본격화하면 국내외 업체들간의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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