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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금융 괴리에 ‘거품’ 논란… 하락 땐 개인빚투 ‘폭탄’ 우려

입력 : 2021-01-07 06:00:00 수정 : 2021-01-07 09: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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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돌파’ 웃지 못하는 정부
소상공인 등 자영업 고사 직전
주식·부동산시장에만 자금 몰려
코로나 대응 지원금도 흘러들어
저금리까지 겹쳐 유동성 넘쳐나
가계·기업 부채 2020년보다 급증세
자산버블·내수침체 부작용 우려
“올 한해 리스크 관리 경계 유지”
정부·韓銀 등 정책당국 일제 경고

코스피가 장중 지수 3000이라는 신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6일 금융시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경제정책 당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통상 주가 상승은 경제 상황을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읽히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실물경제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금융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승에 대한 환호와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자영업자들은 울상… 유동성 관리 필요

 

코스피의 활황 분위기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가 지난해 확산과 진정을 반복, 장기간 이어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3차 확산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어 연말 대목까지 고스란히 삼켜버렸다. 헬스장 운영자들이 집단 반기를 들 정도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주가 상승은 코로나19 사태에서 ‘특수’를 누린 반도체와 바이오 등 일부 산업의 영향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재정과 정책금융 지원, 저금리 등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불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책 당국은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금융시장은 흔들림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으나 실물과 금융 간 괴리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위기 대응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하면서 시중 유동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전날 “금융·실물 간 괴리”에 대해 경고했다. 이 총재는 범금융 대상 신년사에서 “정책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되어 있던 리스크가 올해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계 빚 증가 지속… “실물과 괴리 당분간 지속” 전망

 

중소기업과 가계의 빚 증가는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은행의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국민총생산(GDP) 대비 민간이 빌린 돈(민간신용)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211.2%로 전년 동기 대비 16.6%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생산 부가가치 총액보다 빚이 2배 이상 많다는 뜻이다. 가계에서 빌린 돈(가계신용)은 같은 기간 101.1%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기업 빚(기업신용)은 110.1%로 전년 동기 대비 9.2%포인트 증가했다. 정부 정책으로 하반기 잠시 주춤했던 주택가격은 11월 이후 상승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증시로도 상당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당장 원리금 상환 등 금융 안정에 심각한 변화는 없다고 분석하면서도, 빚이 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코로나19 장기화 후 ‘K자형 회복’으로 인한 경제의 양극화를 경고했다. 대기업 중심의 우량기업들은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코로나19를 극복하겠지만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가계 상황은 보다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전체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은 3분기 말 평균 225.9%로 지난해 말보다 8.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저소득 차주의 LTI가 전년 말 대비 15.5%포인트 상승하면서 심각성을 드러냈다.

 

연체율 및 연체차주 비중은 지난해 하락했지만, 정부가 자영업자 등에 대한 원리금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취하고 있고 대출금리도 낮아 실제 부실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분간 실물과 금융 간 괴리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물경제는 어렵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많이 공급됐고, 금리는 낮아졌고, 주가가 오르니까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더 몰려드는 심리적인 측면도 작용하면서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경제정책 당국이 내놓을 만한 ‘카드’가 별로 없다. 김 교수는 “더 위험한 유동성 부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상화를 할 때는 조심스럽게 진행해서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10년간 주요 도시 중심으로 두 배 이상 오른 부동산에 대한 버블 우려가 오히려 크다”면서 아직 개인투자자들의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유동성이 공급되는 동안은 문제가 없겠지만 공급이 줄거나 중단된 뒤 부채로 잡힐 때에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필요하면 내일(7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유동성 관련) 정부 판단을 대외적으로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엄형준·김준영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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