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 병력 양곤 결집…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 ‘일촉즉발’

군정, 새벽 시간대 인터넷 차단
비밀리 군 병력 이동 조치 분석
수치 정당 등 의원 17명에 영장

시민 무차별 진압 위해 법 개정
양측 충돌 땐 대규모 살상 우려
시위대는 결사항전 의지 불태워

“우리 힘을 보여주자” 17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민들이 도로를 막고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곤=AFP연합뉴스

미얀마 군 병력이 최대 도시 양곤에 근접한 정황이 유엔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가 마구잡이 법 개정으로 본격적인 공포정치에 돌입한 터라 대규모 살상을 위한 병력 이동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곤과 만달레이에서는 17일(현지시간)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수만명의 시민이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 외딴 지역에서 양곤으로 병력이 이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병력 이동은 살상, 행방불명, 구금에 앞서 이뤄졌다”며 “대규모 시위 계획과 군 병력 결집이라는 두 상황이 동시에 전개되는 걸 볼 때 군부가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의 상황이 아닌지 두렵다”고 했다.

군정은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새벽 시간대 인터넷을 차단했다. 이를 두고 심야 군 병력 이동을 국민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군정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 15명 등 17명의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수치 고문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군정은 반기를 드는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할 수 있도록 법까지 개정한 상태다.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는 최근 형법 124조를 고쳐 정부와 군, 군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어떤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 징역 3년인 처벌 수위도 최소 징역 7년, 최고 징역 20년으로 대폭 올렸다.

선동 관련 범죄를 규율한 형법 505조에는 ‘공포 조장, 가짜뉴스 유포, 공무원에 대한 직간접적인 형사상 범죄 선동과 관련한 어떠한 시도도 최대 3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문구를 신설했다.

15일(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한 군인이 쿠데타 항의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사이버 보안법을 제정해 군정이 언제든 개인의 소셜미디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소통 창구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감시견을 풀어놓는 셈이다.

현지 언론에 쿠데타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국가행정평의회를 ‘정권(regime)’으로 표기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렸다. 평의회는 헌법에 규정된 합법적인 기구라는 이유에서다.

헌법에 부합하기만 하면 무력 사용도 가능하게 해 군부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16일 미얀마 양곤에서 군사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눈을 가린 채 바닥에 누워 군정 아래서의 그들의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AP=뉴시스

시민들은 결사항전 태세다. 이날 시민들은 오전부터 거리로 나오기 시작해 오후에는 수만 명으로 인원을 불렸다. 전날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5300만 국민 중 4000만 명이 군부의 행동을 지지한다”고 말한 게 기름을 부었다.

시두 마웅 NLD의원은 양곤 시내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4000만 명에 속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자”고 외쳤다.

치 토 NLD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거 행진하자. 미얀마와 젊은이의 미래를 파괴한 쿠데타 정부에 대항해 우리 힘을 보여주자”고 촉구했다. 이들은 쿠데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국 대사관 주변에서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AFP통신에 “오늘은 우리가 끝까지 싸우기로 한 날이다. 우리의 단결력과 힘을 보여줘 군정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지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