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늘어 충원 필요성 제기 불구
2020년 5월 이후 현황 파악도 안 해
교육부 “학교 안정화 시기에 조사”
정찬민 의원 “방학 때 했어야” 지적

#1. 경북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 A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기존 보건교사 업무에 더해 코로나19 학생 자가진단 관리와 발열체크, 동선 관리 등 방역 업무까지 도맡았기 때문이다. A씨는 “새 학기 개학 후 등교 학생 수가 많아져 업무량이 더 늘었다”며 “학기가 바뀌어 자가진단 시스템 관리 등 손볼 것이 많은데 업무분장이 불명확해 다른 교사들과의 갈등까지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2. 경기도 이천의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 B씨는 교문 앞 발열 체크 등을 위해 늦어도 오전 8시까지 출근하고 매일 초과근무를 하기 일쑤다. 최근 이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오는 공문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것도 B씨의 몫이다. 그는 “방학 때도 계속 초과근무를 했는데 이제 정말 한계를 느낀다”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보건교사들의 업무가 크게 늘며 충원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교육당국은 지난해 5월 이후 보건교사 배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등학교 보건 교사 수는 필요 정원의 80% 남짓에 그쳤다. 전국 학교 수 1만1942곳에, 학급 수가 43학급을 넘어 보건교사 1명 이상 배치가 독려되는 학교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필요한 보건교사 수는 1만2461명이다. 그러나 실제 배치된 보건교사 수는 1만233명으로 필요 인력의 82.1%에 불과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5월 ‘과대학교’ 기준으로 삼아 보건교사 추가 확충을 독려했던 ‘30학급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이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의 경우 필요인력 대비 실제 배치율이 60%대에 그쳐 상황이 심각하다. 전북은 보건교사가 787명 필요하지만 493명(62.6%)만 배치돼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강원(64.0%)과 전남(64.6%), 경남(65.6%)도 비율이 낮았다.
이후에는 교육당국이 아예 보건교사 충원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 보건교사 미배치교와 30학급 이상의 과대학교에 간호사 면허 소지자 등 투입을 독려하는 공문을 내려보낸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서 잦은 현황조사로 현장 업무가 가중됐다”며 “2021학년도 신학기 이후 학교 안정화 시기에 추가 조사를 통하여 보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정찬민 의원은 “개학 이전에 아이들의 안전과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교사 현황부터 파악하는 건 상식”이라며 “비교적 현장 업무가 과중하지 않은 여름·겨울방학 때는 왜 조사를 안 했나. 말이 안 되는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380억원을 편성해 학교 방역 지원인력을 5만명 투입하기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지원 인력 중 간호사 면허증이나 보건 관련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보건 업무에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건교사 단체는 인력 충원과 함께 세밀한 업무 매뉴얼 마련도 촉구하고 있다. 배정옥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비대위원장은 “보건교사의 업무가 어디까지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세부 매뉴얼이 마련돼 보건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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