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세계에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영국의 아편밀수를 막기 위해 중국이 집중할 때 미국은 이런 허점을 기회로 이용했다. 상당한 부를 축적하면서 미국의 산업화와 사회간접자본 발달의 밑천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종사한 이들은 미국의 부유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의 대표적인 가문이 루스벨트가(家)와 포브스가이다.
루스벨트가의 대표적인 인물은 워런 델러노(Warren Delano)였다. 델러노는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외조부다. 그는 당시 미국의 최대 중국 무역회사 러셀사(Russell & Co., 旗昌洋行)에 종사했었다. 러셀사는 1824년에 당시 최고의 중국 무역회사인 퍼킨스사(Perkins & Co.)를 존 쿠싱(John P. Cushing)에게서 매수한다. 이에 가담한 인물이 존 머리 포브스(John Murray Forbes)였다. 포브스의 아들은 2004년 미 대선 민주당 후보이자 전 국무장관였던 존 케리의 종증조부다.
델러노는 1841년에 미국 공사에도 임명된다. 그의 비즈니스 능력은 남달랐다. 영국이 아편금지령을 받자 통행료만 받고 도우면서 실적(?)을 올렸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그는 러셀사의 2인자가 된다. 아편전쟁의 기운이 감돌던 1839년에는 미·중 간의 사상 첫 군수교역도 일궈냈다. 영국제 900t급 군함을 임칙서에게 파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아편밀수로 부정축재를 했지만 이윤을 그나마 좋은 데 쓴 것이 흥미롭다. 미국의 산업화와 사회 발전에 대거 투자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도회사와 최대 규모의 방직단지가 세워졌다. 세계적인 병원(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과 맨해튼 특별정형외과병원)과 퍼킨스 시각장애인학교도 설립됐다.
예일대의 부지와 발전기금, 컬럼비아대의 로 도서관과 프린스턴대(당시 최대 기부 규모였던 건물 세 개 동) 등도 아편무역의 수혜를 입었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도 아편밀수자의 상속자들이 설립했다. 작년 12월 미 하원은 대마초 판매의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징수한 5%의 소비세를 과거와 같이 유익(?)하게 쓸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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