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제출… 10일 통과 예상
中진출기업 선택기로 가능성

중국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반(反)외국 제재법’을 만들어 보복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자국 내에서 미국 제재 등에 참여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소송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중국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든 셈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미국·유럽 등 글로벌 기업이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중국 공무원 및 기업에 대한 서방 정부의 제재 조치에 법적 지원과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반외국 제재법’ 초안이 지난 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29차 회의에 제출돼 10일 처리된다.
전인대 상무위 법제위원회 대변인은 일부 서방국가가 정치적 필요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홍콩 문제 등 각종 구실로 중국을 음해하고 압박했으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준칙을 어긴 것이라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자국법에 따라 중국 관리들을 제재해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고 덧붙였다.
CCTV에 따르면 새 법률은 중앙정부가 외국 제재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입법 세부사항을 구체화하지 못해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유일의 전인대 상무위원 탐유충은 법 초안에 대해 오는 10일 오후 통과될 때까지 비밀 유지를 통보받았다고 SCMP에 밝혔다.
SCMP는 중국이 올 초 시행한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을 저지하는 방법’이란 상무부령이 새 법률의 토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상무부령은 외국 정부가 중국에 가한 제재에 동참한 기업들을 상대로 중국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핵심이다.
이처럼 제재 동참 기업 등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지면 중국 정부가 필요에 따라 반격 조치를 취하거나 기업들이 중국 제재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서방의 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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