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당 여부 질문 나오자
“제가 걷는 길 보면 아시게 될 것”
지지단체 ‘열지대’·유튜버 등 몰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정계진출 시점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걸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다”며 “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우당 기념관은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서울시가 주관한 이날 개관식은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퇴임한 후 처음 참석한 공식행사다. 그만큼 수많은 취재진과 유튜버가 몰렸고, 윤 전 총장 지지 단체인 ‘열지대’ 회원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윤 전 총장의 이름 중 ‘열’ 자를 따온 열지대는 지난달 만들어진 윤 전 총장 팬클럽이다.
다만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윤 전 총장은 쏟아진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처음으로 제가 (공식행사에)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만 답했다. 대선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한 질문이나 장모·부인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 등엔 답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개관식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는 “우당 선생과 가족의 삶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실현했다”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오늘 우당 선생의 기념관 개관은 아주 뜻깊고 대단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 들어간 윤 전 총장은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이 교수는 우당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다. 이후 이 교수의 아버지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도착하자 이 교수가 자리를 양보했다.
퇴임 후 잠행을 이어오며 ‘공부’에 매진했던 윤 전 총장은 최근 들어 국민의힘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고,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호국·보훈 행보를 연이어 공개하면서 정계진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언론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려 했으나 유튜버 등 인파가 몰리면서 별도 입장 표명 없이 자리를 떴다. 윤 전 총장은 조만간 공보 등의 역할을 할 참모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곽은산·김주영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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