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분양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대구에서 미분양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충분한 공급량, 비싸진 분양가 등이 미분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구 부동산 시장을 보면 '공급 앞에 장사 없다'는 명제가 증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역시 대대적인 공급이 아니고서는 답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급 폭탄에 비싼 분양가…미분양 쌓이는 대구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1185가구로 전월보다 32.1% 늘었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0가구다.
몇 년 간에 걸쳐 충분히 신규 주택이 공급된 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석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18년 2만4667가구에서 2019년 2만9103가구, 2020년 3만1241가구로 증가 추세다. 올해도 역대 최대 규모인 3만448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새 아파트가 수요를 충족할 만큼 많이 공급되다보니 청약 열기는 식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 대구의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17.3대 1이었는데 올 상반기 6.4대 1로 급락했다.
꾸준히 높아진 분양가도 수요자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그 동안 가격이 많이 상승함에 따른 피로감에 더해 분양가와 시장가격 간 간극이 좁아짐으로 인해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도 "대구는 몇 년 동안 대규모의 공급이 있어 새집 수요가 많이 잦아든 상태"라며 "그런데다 여러 단지들이 분양하면서 가격을 이전 분양한 단지들보다 높여왔는데, 이런 과정이 쌓이면서 분양가가 크게 비싸진 게 미분양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도 미분양 날 정도로 공급해야"
건설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과 수도권 역시 공급을 크게 늘리면 자연스럽게 집값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내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서울과 인접한 3기 신도시의 빠른 추진이 핵심이다.
서울시가 2012년부터 뉴타운을 해제하는 등 공급정책을 소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켰고, 서울을 넘어 경기·인천 부동산 시장까지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대기수요가 어마어마한 시장인데, 공급도 막혔었다는 게 문제"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3기 신도시를 빨리 진행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정착할 주거지를 만들어 주고, 급격하게 오르는 서울 집값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한편으로 서울 도심의 저층노후주거지도 대단지로 공급하고, 광교처럼 교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면 서울과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더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도 넘쳐날 정도로 공급해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도 공급 앞에 장사 없고 공급이 만병통치약"이라며 "공급이 넉넉하면 임대차3법도, 세금규제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 교수는 "2008년께 잠실 엘리트·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 반포 자이·래미안퍼스티지 등도 (공급이 많아) 미분양이었다"며 "서울도 규제만 할 게 아니라 미분양이 나는 그 날까지 공급을 해야 하는데, 빈 땅은 없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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