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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월 딸 성폭행·살해 20대… 검·경은 왜 신상공개 안했을까 [법잇슈]

입력 : 2021-09-01 15:26:27 수정 : 2021-09-01 20: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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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분한 시민들 신상공개 요구…국민청원 13만 돌파
법조계 “피의자 아닌 ‘피고인’이라 검·경 신상공개 힘들 듯
법원 ‘신상정보 공개명령’시 출소 후 ‘성범죄자알림e’로 공개”
일각선 “무기징역 나오면 신상공개는 영영 불가능” 목소리도
검·경 “수사단계에선 신상공개 필요하다고 보지 않아”
사진=연합뉴스

“20개월 여아를 끔찍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해 살해한 아동학대살인자를 신상공개해주십시오.” 

 

생후 20개월 된 딸을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데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모(29)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미 경찰과 검찰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수사단계를 지나 재판이 진행 중인 탓에 공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법원이 양씨에게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내리면 출소 후 신상이 공개될 수도 있지만, 무기징역을 선고받을 경우엔 그의 얼굴과 이름이 영영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유석철)는 아동학대살해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양씨 사건을 심리 중이다. 양씨는 지난 6월15일 새벽 대전 대덕구 거주지에서 생후 20개월 된 딸 A양을 이불로 덮은 뒤 주먹과 발로 수십차례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겨둔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양씨에게 과거 A양을 성폭행한 혐의도 있는 것으로 보고, 공소사실에 관련 내용을 적시했다. 앞서 양씨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아이의 친부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DNA 조사 결과 A양은 양씨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의 범행에 분노한 시민들은 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양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글에 이날 오후 1시 기준 13만명 넘는 시민들이 동의를 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피고인’인 양씨에게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적용 어려울 듯”

 

양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의 신상은 공개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양씨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인 탓에 현재로선 경찰·검찰이 특정강력범죄 또는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신상공개를 가능하도록 한 법 조항을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란 수사기관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지만 아직 공소제기가 되진 않은 자를 뜻한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의2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이 법으로 정한 요건을 모두 갖춘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해당 요건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등이다. 특정강력범죄로는 살인, 인신매매, 절도, 강도 등이 규정돼 있으며, 다른 법률에 따라 해당 죄목을 가중처벌하는 죄도 특정강력범죄로 간주된다. 양씨에게 적용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혐의도 특정강력범죄에 포함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씨의 신분이) 피의자는 지났으니까, 피의자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면서 “피고인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배 변호사는 “해석론에 맡겨져 있는 것 같은데, (검경이)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을 때 신상공개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형사 재판에 넘겨졌거나 경찰 입장에선 검찰에 사건이 이미 넘어간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관례가 확립되지 않은 것 같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면서도 “경찰과 검사들은 전례가 없다 보니 섣불리 나서는 것에 주저하고 있는 모양새 같다”고 덧붙였다.

 

생후 20개월 된 여아를 학대·살해한 혐의를 받는 양모(29)씨가 지난달 8월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경 “수사과정에서 신상공개 필요성 크지 않다고 판단”

 

경찰과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양씨에 대한 신상공개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공개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신상공개를 했을 때, 피해 아동의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가족들에 대한 2차 피해도 가능하다고 봤다”라며 “당시에는 비밀 엄수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로 공개하지 못할 사안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상공개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범죄 수사과정에서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이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알 권리도 있지만, 공공의 이익과 재범방지, 예방적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관련성이 좀 떨어지지 않나(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당연히 검토는 했지만, 일단은 공소유지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수사과정에서 (양씨의 신상을) 그렇게까지 공개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수사팀이 보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범행 잔혹…신상공개 가능성 충분히 따졌어야”

 

그러나 양씨가 저지른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적극적으로 신상공개를 검토했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정인이 사건’ 당시엔 아동학대살해죄가 없고, 아동학대치사밖에 없었으니까 (피의자) 신상공개가 안 됐으나, 이 사건 같은 경우는 아동학대살해죄가 만들어졌는데 특정강력범죄법이 바뀌지 않아서 살인죄 안에 아동학대살해죄가 포함 안 됐을 따름”이라며 “그렇다면 유권해석을 해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신상공개가 가능한 특정강력범죄로 아동학대살해를 명시하고는 있지 않으나, 양씨의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를 낳은 만큼 신상공개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적어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죄의 공소제기가 가능했고, (증거가) 부검보고서를 통해서 확실하게 나왔다면, 그때라도 신상공개 가능성을 따졌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견해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아동학대살해죄는) 아동학대의 가중 처벌 규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또 살인죄 가중 처벌 규정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신상공개) 요건 자체에는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 ‘신상정보 공개명령’ 시 출소 후 ‘성범죄자알림e’로 공개…언론 통한 공개는 불가능

 

양씨의 신상은 향후 법원이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 유죄 판결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명령을 내린 뒤, 그가 복역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성범죄자 신상공개 정보 열람 사이트인 ‘성범죄자알림e’에서만 그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외의 신문이나 방송,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불가하다.

 

천주현 변호사는 “특정강력범죄법에서의 신상정보 공개와 법원의 공개명령은 좀 다르다”면서 “(법원의 공개명령은) 일반 대중이 필요 시 우리 집 근처에 어떤 성범죄자가 사는지 알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신상정보를 공개하자는 것은 언론에 그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하자는 것이라서 성질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양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될 경우, 향후 그의 신상이 외부로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가 가석방 등을 통해 사회로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신상정보가 성범죄자알림e를 통해 공개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승 연구위원은 “(성범죄자가) 세상에 나와야 성범죄자알림e에 공개가 되는 것”이라며 “성범죄자알림e는 성범죄자가 출소를 하고 난 다음에 그 지역 주민에게 ‘이 사람이 당신 지역 주민으로 살고 있으니 조심하십시오’라고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 성범죄자가 어디서 살게 돼야 (신상정보) 공개·고지를 하니까, 교도소 밖으로 나와야 공개·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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