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악재’ 만나 박스권 갇힌 尹,
최재형과 회동·보수층 결집 기대도
洪 일부 조사서 ‘골든크로스’ 달성
‘尹 의혹 장기화에 반사이익’ 분석
“스스로 헤쳐 나가라” 尹에 ‘일갈’
경선 이벤트 스포트라이트 못 받자
유승민·최재형·원희룡 돌파구 부심
오는 15일 1차 컷오프서 8명 남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시절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야권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부동의 선두를 지키던 윤 후보가 돌발 악재를 만나 주춤하는 사이, 홍준표 후보가 최근 조사에서 잇따라 ‘골든 크로스’를 달성하는 등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이들의 뒤를 쫓는 다른 주자들은 고발 사주 의혹이 정국을 휩쓸자 당내 경선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달 초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진 뒤 윤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20% 중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여권 지지율 부동의 1위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와 가상 맞대결에서도 뒤처진다는 조사 결과가 속출했다. 윤 후보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한편,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일을 근거로 들어 ‘여권발 정치공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과의 연합 전선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윤 후보는 12일 감사원장 출신 최재형 후보와 만나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최 후보는 회동 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야당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대선 개입 행위로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폭거이자 유권자인 국민을 모독하는 처사”라며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을 꺾으려는 근거 없는 정치공작이 계속되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원희룡 후보도 윤 후보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바 있다.
윤 후보 측에선 이번 의혹으로 외려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윤 후보가 총장 재직 당시 문재인 정권과 충돌하며 ‘정권의 대항마’로 부상한 만큼 이번에도 정치공작의 피해자로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의혹을 놓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거나 하진 않고 있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국민들께서 그에 따른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우리 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당을 생각한다면 (당사자인 윤 후보가) 스스로 헤쳐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의혹이 터진 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홍 후보로선 윤 후보 개인의 문제로 한정해 자신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당을 포함한 보수진영 전체가 이번 의혹에 묶이는 데 선을 긋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1위에 올랐다.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77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홍 후보는 35.7%의 지지를 얻어 윤 후보(27.9%)를 제쳤다. 홍 후보 측은 이번 의혹이 장기화할 경우 후보가 공언해온 ‘추석 전 골든 크로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내 추격 주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발발 뒤 당 경선 이벤트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여론조사상 지지율 3위를 오르내리는 유승민 후보의 경우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웅 의원이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최재형·원희룡 캠프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지율 정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들 후보는 향후 경선 일정인 토론회 등에서 차별화된 정책과 공약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원 후보는 이날 서울 신당동의 한 떡볶이집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회동하기도 했다. 앞서 통화 녹음 파일 공개를 두고 정면충돌했던 두 사람이 화해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15일 후보를 8명으로 압축하는 국민의힘 1차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생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지지율 상위 후보 5명 외에 남은 3자리를 놓고 박진·안상수·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가나다 순)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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