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 없으면 걸리고 내가 업무할 때 터지면 안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직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어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동우(사진) 울산대 교수(경제학)는 13일 농·축협에서 한도를 초과한 외상거래가 매년 반복해 발생하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경제적 약자인 농·축산업인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도록 돕기 위한 제도 중 하나가 ‘외상거래’로 관행처럼 중도매인에게도 편의상 제공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 대상이 경제적 약자이다 보니 엄격한 잣대로 제재하거나 징계하지 않고 있고, 직원들도 편의주의식으로 일을 처리하다 보니 불합리한 점이 굳어졌다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은 굳이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설 필요 없이 관행대로 하려고 한다”며 “접대·향응 등을 제공받은 것이 적발되지 않은 이상 업무에 관련된 것으로 징계받지 않는다는 것을 직원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중도매인의 경우 일반 조합원에 비해 거래규모가 큰 만큼 한도를 초과한 외상거래의 경우 미회수금이 발생할 때 조합에 끼칠 손해가 커지게 되고 담보를 제공한 제3자한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유 교수는 “거래상 편의 때문에, 또 미회수금이 발생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보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지역 단위 농·축협은 지역 업자, 중도매인 등과 끈끈한 결속으로 유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문제 해결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협의 경우 업무상 배임 등으로 직원들이 실형을 받은 이후 한도를 초과한 외상거래 지적 건수가 줄어든 것을 보면 엄격한 제재를 통해 직원들의 기강이 잡혔다고 봐야 한다”며 “농·축협도 수협과 비슷한 수준의 제재가 가해지면 습관처럼 자리 잡은 불합리한 금융거래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제도적인 개선방향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상거래 제도 시행의 원래 취지대로 농·축산인 보호와 지원을 위해선 국가가 재보험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고, 중도매인과의 외상거래도 시스템을 보완해 한도를 초과한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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