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허브·청년자치정부委 위원
본인 단체에 3700만원 연구용역
다른 위원들도 3000만원대 따내
사업 가능 단체들 적어 원인 지적
전문가 “이해충돌 방지조항 시급”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청년정책 자문·심의를 담당한 위원회에 시민단체 소속 인사들이 서울시 민간 위탁 발주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년간 1조원 규모의 민간 위탁·보조사업을 ‘시민단체 전용 현금인출기(ATM)’라고 맹비난한 것은 이런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청년 관련 주요 조직은 청년공간지원추진단과 청년허브운영위원회,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다. 이들 추진단 및 위원회는 청년활력공간과 사업 지원, 네트워크 등을 담당했다. 각각의 영역에서 청년정책을 자문하고 운영계획, 추진실적 점검 등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청년단체 인사가 추진단·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이른바 ‘셀프 수주’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시가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시 청년 관련 위원회 소속 현황’에 따르면 한 비영리단체 A 대표는 2018년 청년허브 운영위원회, 지난해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아지트 강동팟’의 B 대표 역시 청년자치추진위와 공간지원추진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단체는 2019년 청년활동지원센터를 통해 청년지원모델을 운영하는 3000만원 상당의 연구·위탁 용역을 따냈다. 청년단체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발기인인 C씨도 청년자치추진위 소속이다. 이 단체는 2020년 청년정책평가 등으로 서울시로부터 3130만원을 받았다.
지난 5년간 서울시 주요 청년정책 관련 사업 수혜자 상당수가 박 전 시장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2013년~2018년 청년 관련 연구용역의 88건 중 23건(26%)이 박 전 시장의 정책 자문을 맡거나 연관된 단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청년유니온’은 전임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로부터 6건의 연구·용역 사업을 수주했다. 박 전 시장이 만든 ‘희망제작소’ 출신들이 모인 ‘사회혁신공간 데어’는 4건의 관련 용역을 수행했다.
서울시는 민간 위탁사무 선정 과정에 적격성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청년단체 출신이 포함돼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활동지원센터를 운영을 위탁할 법인을 선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의 참여 위원 중 1명은 청년유니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 청년단체가 많지 않은 것이 셀프수주 논란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위탁 수주 과정에서 제척 조항이나 심사위원을 꾸리는 과정에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조항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구를 수행할 청년단체가 많지 않은 상황도 이 같은 논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단체들은 절차적 하자 및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6건의 용역 사업은 학원강사 실태조사, 블랙기업 지표 연구, 노동법 교육 운영 등 청년노동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청년유니온이 진행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아무 문제없이 진행했던 사안을 서로 연관도 없는 회의체를 엮어서 마치 이해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몰아가는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수정(10월28일 오후 5시30분)=청년유니온의 반론과 입장을 기사에 반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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