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정책 변경 없어 논란
공정위, 구글에 2074억 과징금
네이버·카카오 조사 이어 구글 2000억대 과징금
“구글, 모바일 OS시장 경쟁 제한
삼성전자 등 자체OS 개발 막아”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너무 느슨
카카오등 문어발확장 도와” 지적
추락하던 카카오 계열기업 주가
상생안 발표후 강보합으로 마감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14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시행됐다. 스마트폰 등에서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만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로, 인앱 결제 강제 방지법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 모두 법 위반 상황을 해소할 만한 대책을 아직 내놓지 못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스마트기기 제조사에 자사 운영체제(OS)만 이용할 것을 강제한 사실을 적발하고 20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치권과 규제 당국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구글 갑질 방지법이 공포돼 시행된다고 14일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사의 결제시스템(인앱·In App) 강요를 금지한다. 앱마켓 사업자의 이용자 피해 예방과 권익보호 의무, 앱마켓 운영에 관해 정부가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 등도 담겼다. 이처럼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를 강제하는 법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다. 하지만 구글과 애플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나 정책 변경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날 공정위는 구글 LLC, 구글 아시아퍼시픽, 구글 코리아 등 3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원(잠정)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로 모바일 시장에서 점유율 72%로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인 2011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막았다. 구글은 특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시계, 스마트TV 등에서도 포크 OS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하기 어렵게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스마트시계용 포크 OS를 개발해 2013년 스마트시계 ‘갤럭시 기어1’을 출시했는데, 구글이 제3자 앱을 탑재한 행위를 문제 삼았고, 삼성전자는 개발한 포크 OS를 포기해야 했다.

◆칼 빼든 공정위 “플랫폼 기업 불공정 행위 예외없이 처벌”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전방위적 제재가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에 대한 조사에 이어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 대해서도 2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국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저지를 경우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14일 브리핑에서 “구글은 모바일 OS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기타 스마트기기 OS분야에서 혁신을 저해했다”며 “이번 조치로 모바일 OS 및 앱 마켓 시장에서 향후 경쟁압력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특히 이번 건을 조사하면서 구글이 스마트폰뿐 아니라 스마트워치, TV 등 다른 기기에서도 안드로이드를 변형한 ‘포크 OS’ 탑재를 막는 ‘파편화 금지계약(AFA·Anti-Fragmentation Agreement)’을 강제한 사실에 주목했다. 구글이 스마트기기 분야에서 제품 출시 전 개발 단계부터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경쟁 플랫폼 출현을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LG전자의 스마트 스피커 등에 제조사의 자체 개발 OS가 아닌 안드로이드 기반 OS가 탑재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2013년 삼성전자가 포크 OS를 탑재한 ‘갤럭시 기어1’을 출시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워치 시장의 경쟁상황은 현재와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구글 과징금은 2011년 1월부터 자료가 확보된 올해 4월까지의 앱마켓 매출액을 기준으로 잠정 산출됐다. 최종 심의가 열린 이달 초까지 매출액이 집계될 경우 최종 과징금은 올라갈 수 있다. 시장지배력 남용 및 불공정 행위 사건 과징금으로는 2016년 퀄컴(1조311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제재는 국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도 해석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바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린 네이버에 과징금(쇼핑 265억원, 동영상 2억원)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납품업체에 갑질을 일삼은 쿠팡에 32억97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그런가 하면 계열사 지정자료 허위·누락 신고 건과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등 혐의로 카카오에 대한 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OS 갑질’ 외에 구글에 대한 조사도 3건 진행 중이다.
다만, 카카오·네이버가 문어발식 확장을 이어간 데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너무 느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카카오 네이버 계열사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두 기업 총 76건의 기업결합 심사는 수평 수직 혼합 결합유형에 관계없이 모두 승인됐다. 76건은 골목상권 침해 관련 특별히 제재를 받은 적도 없었다.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카오 44건, 네이버 32건 총 76건의 기업결합심사 중 10건을 제외한 나머지 66건은 간이심사 방식을 통해 패스트트랙으로 이뤄졌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금융 당국의 규제 리스크 속에 장중 5%까지 떨어졌던 카카오 주가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을 철수를 골자로 한 상생 방안 발표 후 보합세를 보이며 결국 플러스로 장을 마쳤다. 네이버도 한때 3% 이상 주가가 하락했으나 반등하며 1% 하락세로 장을 마감하며 40만원선을 지켰다.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이날 장 초반부터 금융당국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전일 대비 1.55% 하락한 6만3600원에 장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상생 방안이 발표된 오후 2시 11.92% 급등한 7만2300원까지 기록했고, 결국 전일 대비 5100원(7.89%) 오른 6만9700원에 장을 마쳤다.
네이버 역시 금융 당국 규제 리스크 속에 장중 한때 39만3500원까지 떨어졌으나 다시금 40만원선을 회복하며 전일 대비 1.35%(5500원) 하락한 40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카카오에 비해 금융 규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저점 매수에 나설 때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금융 규제로 인한 핀테크 매출 타격은 5% 미만으로 그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네이버의 문피아 인수 등으로 인한 콘텐츠,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 플랫폼 가치 등에 주목하면 현재 주가는 저점으로 추가 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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