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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Daebak! 트로트·먹방… 세계의 언어가 되다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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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3 10:00:00 수정 : 2021-10-03 10: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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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언어사전 제왕 ‘OED’ 한류 홀릭

단어로 세계 조망하는 옥스퍼드사전
9월 한국어 단어 26개 업데이트
삼겹살·오빠·언니·불고기·PC방…
등재 단어 대다수가 K콘텐츠 관련
2013년까지 13개서 현재는 100여개
“K컬쳐에 대한 글로벌 관심 반영된 셈”

그룹 방탄소년단은 세계 팝 음악 정상에 올랐다. 그룹 블랙핑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거느린 아티스트로 올라섰다. 그러더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세계 각국 1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로 각성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만큼이나 벅찬 민족사적 대전환이다. 돌아보면 2020년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하면서 시작된 이 경이로운 ‘K-시대’의 개막은 지금 어떤 평가를 받을까. 모범답안 하나가 고색창연한 학문의 도시 영국 옥스퍼드에서 날아왔다. 단어를 통해 세계를 조망하고 문화를 기록하는 옥스퍼드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OED)이 지난 9월 초 한꺼번에 서른개 이상의 한국어 단어를 최신판에 올리며 “정말 대박(Daebak)!”이라고 자평한 것이다. 새로 표제어로 추가된 한국어 단어는 모두 26개. 오빠, 언니, 누나, 삼겹살, 스킨십, 잡채, 김밥, 콩글리시, 만화, 먹방, 애교, 반찬, 불고기, 치맥, 대박, 동치미, 파이팅, 갈비, 한류, 한복….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한국 대중문화가 국제적 인기를 얻으면서 모든 것에 ‘K-’라는 접두사가 붙는 것 같다”면서 “한국 스타일은 이제 ‘쿨함’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미 85만5000여 단어의 역사가 기록된 OED에 등재된 한국어 단어는 2013년까지 13개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OED 측은 “26개의 새로운 항목과 11개의 수정된 항목을 포함하는 이번 ‘K-업데이트’는 지금까지 OED에 추가된 단일 일괄 한국어 단어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 결과 OED 등재 한국어 단어 수는 단숨에 100여개에 달하게 됐다.

 

이번 OED 최신판 갱신 작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실 여태까지 많은 한국어 단어가 안 실렸던 건 편찬자들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고, 그만큼 한국 문화가 큰 영향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K-업데이트’는 일개 영어사전에 한국어 단어가 여럿 적힌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OED는 그야말로 영어문화권 지식자산이 축적된 세계 언어 사전의 제왕. ‘영어 어휘를 형성해온 단어들을 기록상 최초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고, 그 어형과 역사적으로 변천되어온 단어의 의미 및 어원과 관련한 제반 사실을 수록한다’는 광오한 목표를 1879년부터 현재도 70여명 이상의 편찬자들이 지켜나가고 있다.

 

OED는 편찬 원칙부터 현재 사용되는 단어를 다루는 일반 영어사전과 달리 역사주의를 근간으로 고안됐다. 일종의 역사사전으로서 각 단어의 현재 의미뿐 아니라 각 단어의 형성 및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어 신규 추가 소식을 ‘대박’으로 전하는 옥스퍼드영어 사전 홈페이지

신 교수는 “한국어 단어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고 따로 보도자료까지 만든 건 그만큼 이제 한국 문화 영향력이 향상됐다는 의미”라며 “이번엔 26개가 새로 올라갔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많이 사용됐어야 이번에 올라가는 건데 한국 문화 영향력은 지금도 더 강해지고 있다. 이다음에는 더 많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드라마, K-푸드, K-패션, K-화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한류 문화의 세계적 대유행이 OED의 ‘K-업데이트’로 이어졌는데 이는 영어문화권이라기보다는 세계 보편적 문화 중심에 우리나라가 진출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OED 역시 동남아에서 한국어 단어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많이 사용된 것이 이번 ‘K-업데이트’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언어는 문화를 통해서 (다른 문화권에) 들어가는 거니까 그만큼 한국 문화에 대해서 전 세계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더 중요한 건 한국 사람들, 한국 문화가 세계의 주요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집단으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는 의미다. 우리가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정도로 한국 문화 영향력이 크다는 게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잡채’를 옛날에는 ‘코리안 스타일 샐러드’ 이렇게 번역을 했다면 이제는 한국 문화가 많이 소개되면서 ‘잡채’를 알고 써야 문화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생기니까 ‘잡채’가 이번에 등재된 거죠. 영화 ‘기생충’에서도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번역자막에선 라면(Ramen)과 우동(Udon)을 합성한 ‘람동(Ramdon)’을 새로 만들어 썼는데 ‘이게 무슨 람동이냐’ 사람들이 그래서 결국 ‘Jjapaguri’로 쫙 퍼진 것과 마찬가지죠.”

다니카 살라자르

◆ “아가씨·기생충, 내게도 큰 영향  영화 속 단어, 영어어휘 일부돼”

 

옥스퍼드영어사전(OED)에서 ‘월드 잉글리시 에디터’라는 직함을 가진 다니카 살라자르. 사전 편찬자로서 2014년부터 OED에서 근무 중인 살라자르 박사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사전에 한꺼번에 한국어 단어를 스물여섯개나 등재시킨 ‘K-업데이트’의 책임자다.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살라자르 박사는 ‘K-업데이트’를 끌어낸 힘으로 ‘한류’를 꼽았다. “한국 음악, 영화, 텔레비전, 패션 등에 대한 영어 사용자 관심이 높을수록 이러한 문화와 관련된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 단어들이 이제 영어 어휘의 일부가 됐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오래전부터 유행한 나라 중 한 곳인 필리핀 출신으로서 살라자르 박사 역시 한류 팬이다. “필리핀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가 매우 인기를 얻었습니다. ‘K-드라마’, ‘삼겹살’, ‘오빠’와 같은 단어는 가족과의 대화에서 항상 나옵니다. 여기 영국에서도, 특히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서 점점 더 많은 한식당과 상점을 봅니다. 제가 관심을 가진 한류는 여럿입니다. 특히 한식을 정말 좋아해서 한식당에 자주 가거나 집에서 보통 비빔밥과 갈비찜을 만들어요. 한국 스킨케어 제품도 많이 사용합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별에서 온 그대’는 ‘치맥’을 국제적으로 대중화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 영화도 좋아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기생충은 특히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세 번 봤어요. 너무 멋진 예술 작품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치맥’

우리나라 국민에겐 ‘K-업데이트’가 한류 위력을 해외에서 인정한 기분 좋은 사례이지만 OED로서는 영·미문화권만이 아닌 ‘글로벌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즉 세계 공통어로서 영어의 위상을 유지·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살라자르 박사가 담당하는 ‘세계 영어’ 역시 표준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를 제외한 다양한 영어를 뜻한다. 다양한 사회 언어적 맥락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국에서 사용하는 현지화된 영어다. 살라자르 박사는 “OED는 수백 개의 새로운 단어, 하위 항목 및 수정을 1년에 최소 4번 추가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수십 명의 사전 편찬가와 세계 여러 나라 전문 지식인 네트워크가 함께 진행하는 대규모 인문학 프로젝트”라며 “이번 9월 업데이트에선 1650개 이상의 새로운 단어, 하위 항목 및 수정 사항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새 단어 등재 과정은 여러 단계에 걸친 작업이다. 방대한 문장을 디지털로 수집하거나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제출받는다. 이런 경로로 포착된 새로운 단어의 역사를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주의 깊게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근거로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시대 위협받고 있는 사전의 미래에 대해서도 살라자르 박사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대사회에서 사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사전을 책상이나 책꽂이에 보관하는 큰 활자 책으로 생각하는데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인쇄사전을 점점 덜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사전을 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에서 단어를 검색해 그 뜻이 나올 때마다 사전 데이터를 사용한 겁니다. OED는 1989년 이후로 인쇄본을 펴내지 않지만 여전히 영어의 가장 확실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 온라인 리소스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OED의 풍부한 어휘 내용을 탐색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삶에 더욱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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