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동학기행2/채길순/모시는사람들/1만6800원
지금으로부터 160여년 전인 1860년 4월5일, 경주 구미산 아래 용담정에서 최제우는 독특한 종교체험을 했다. ‘한울님’으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영부’와 함께 ‘주문’을 받았다. 10년간 호구지책으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에 드리워진 깊은 절망과 새로운 희망을 갈구하는 민중의 염원을 체감한 그였다.
최제우는 득도 이후 1년 넘게 고된 수련과 연단 과정을 거친 뒤, 이듬해 6월 드디어 동학의 포덕을 시작했다. “양반 천민 구별 없이 모두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므로, 세상 모든 사람은 근원적으로 평등합니다.”
‘사람이 곧 하늘이므로 모든 사람은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 아니된다’는 ‘인내천(人乃天)’ 사상과 ‘하늘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는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의 동학 교리는 삶과 세상에 지친 민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구미산 용담정으로 구름처럼 몰려왔다.
동학이 창도된 경주를 비롯해 최제우의 수련장소였던 울산, 2대 교주 최시형의 초기 포교 지역이던 포항, 동학농민혁명 당시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던 하동, 동학군 2차봉기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해주….
제1권에서 강원도와 충청도, 서울 및 경기도의 동학 사적지를 다룬 저자 채길순 작가는 ‘새로 쓰는 동학기행’ 제2권에선 경남과 경북, 북한 지역의 동학 사적을 답사한다. 사건이나 인물이 아닌 각 지역별로 동학의 흔적을 찾아가다 보면 동학농민혁명이 특정 지역이나 인물에 의한 사건이 아닌 전국적인 민중운동이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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