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 가던 길에서 마주 오던 차를 만났다
길은 종일 내리는 비처럼 좁다
멀뚱히 바라보던 앞차가
결국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빗속에서도 저 차는 죽음의 냄새를 맡은 걸까
비처럼 죽음이 일방통행이라는 걸
불현듯 깨달은 걸까
가까스로 열린 저 좁은 통로
시간 지나면 저절로 닫히는 자동문을 지나듯
차는 서둘러 통로를 빠져나간다
차마 놓지 못하겠다고 그렁그렁 매달리던 손들이
이제는 흙탕에 빠진 차를 밀듯
일제히 죽음을 죽음 쪽으로
급전직하, 쪽으로 온 힘을 들어 나르고 있다
-시집 ‘만개의 손을 흔든다’(파란)에 수록
●송은숙 시인 약력
△대전 출생. 2004년 ‘시사사’를 통해 등단. 시집 ‘돌 속의 물고기’, ‘얼음의 역사’, ‘만개의 손을 흔든다’ 등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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