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확진 숨기고 요양원 취업
종사자·입소자 등 52명 집단감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율을 높여가면서 단계적으로 방역완화 조치를 시행하되 그 과정에서 긴장이 풀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4일 방역체계 전환 방식의 구체적 기준 등과 관련해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방역완화 방법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어떤 주기, 어떤 기준으로 완화할지, 또 주된 방향성을 무엇으로 잡을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내 인구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면역효과가 나타나는 기간까지 고려해 다음달 초에는 방역체계를 중환자·사망자 수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재택치료를 확대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확진자는 감염병전담병원을 활용해 단기 진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접종완료율 70%, 80%, 85%를 기준으로 점차 방역규제를 완화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반장은 “앞으로 논의하면서 결정할 내용”이라며 “방역수칙을 단계적,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최대한 포용적으로, 국민과 함께 결정해 나간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단계적’, ‘점진적’ 조치를 강조하는 것은 일시에 방역을 완화한다는 메시지로 비칠 경우 코로나19 방역 긴장도가 풀리면서 확진자가 급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단계적 일상회복 체제 전환까지 남은 2∼3주의 기간 동안 유행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당장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0시 기준 백신 접종완료율은 61.6%다.
방역 당국은 이론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85%가 넘으면 방역조치 없이도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의 확산까지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접종완료율 85%가 되면 집단면역은 약 80%에 이르게 되고, 델타 변이조차도 마스크 착용이나 집합 금지·제한 없이 이겨낼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가 5인데, 접종완료률 85%이면 1 이하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100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940명이다. 연휴 검사건수 감소 영향이 사라진 뒤 상승했지만, 지난주 목요일(2427명)보다 발생 규모는 줄었다.
권 제2본부장은 “접종완료율 상승으로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감소세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방역을 완화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 접종 완료율이 올라가고, 방역조치를 순차적으로 조정하면 그런 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은 밀접·접촉이 많은 집단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요양병원에선 중국 국적의 간병인이 확진 사실을 숨기고 취업한 것으로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A씨는 지난 7일 서울 영등포보건소에서 전화로 확진 통보를 받았으나 잠적했다. 추적 결과 A씨는 확진 통보를 받고도 남양주 요양병원에 확진 전 받았던 음성 확인서로 취업해 간병일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12일에야 확인됐다. 이날 0시 기준 요양병원 종사자 15명, 입소자 37명이 확진됐다. 43명은 돌파감염 사례다.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 종사자 등 43명이 집단감염됐다. 역학조사 결과 공용 엘리베이터와 경비원, 미화원 등이 이용하는 지하 휴게실에서 감염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