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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원 내세운 포퓰리즘”… ‘교육재난지원금’ 퍼주기 논란

입력 : 2021-11-12 06:00:00 수정 : 2021-11-12 03: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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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고생에 ‘교육재난지원금’ 살포
지방재정교부금 6조4000억 더 받자
9개 시도 현금·상품권 3200억 지급
일각 “학부모 환심 사려 예산 낭비”

대면수업 못한 ‘교육결손 회복’ 명목
경북 885억·인천 345억 등 예산 투입
금액·기준 제각각… 광주·전북·세종 ‘0’
“우린 왜 안 주나” 형평성 문제도 제기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전국민 추가 코로나 지원금’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급증 등으로 배가 불러진 전국 시·도교육청 상당수 역시 ‘교육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예산을 마구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금·현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심 쓰듯 예산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이 늘어난 올해 7월 이후, 9개 시·도교육청에서 3197억5600만원을 학생 356만3000명에게 지원했거나 지원할 예정이다. 각 교육청은 2조9000억원의 기금을 쌓아두고 있었지만 지난 7월 6조4000억원의 교육교부금이 추가로 편성됐다.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보충 예산으로 8000억원이 배정됐다. 교육교부금은 지방교육교부금법에 따라 총 내국세의 20.79%가 자동 편성된다.

 

저출산 장기화로 학령 인구가 급감하고 있지만 교육교부금은 국세 수입 증가에 따라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는 2022년 예산안에 올해보다 20.8%(11조708억원) 증가한 64조3000억원의 교육교부금을 편성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교육교부금이 6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곳간이 넉넉해지자 교육감들은 교육재난금 지원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예컨대 경북교육청은 29만5000명에게 30만원씩 885억원을, 경기교육청은 166만6000명에게 5만원씩 833억원을 각각 전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현물 지원책도 파격적이다.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주는 ‘디벗’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 예산만 601억원에 달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개발해 학교 교육력을 높이려는 취지”라며 “(디벗사업) 예산은 자부심이 느껴지는 적극적인 투자 사례”라고 소개했다. 재선인 조 교육감은 ‘3선을 위한 선심성 정책’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교육청은 기기의 파손이나 분실 등에 예상되는 문제와 관련, “디지털 세상에서 살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파손 시 수리 비용을 교육청이 80%, 학부모가 20%를,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이 같은 시·도교육청의 현금·현물 공세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예산은 늘어나고 선거도 있으니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도 돈을 쓴다”며 “교부금 관련 법을 바꿔서라도 쌓인 초·중·고 예산을 대학 등 부족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1인당 최고 30만원… “교육 지원 내세운 포퓰리즘”

 

“교육 회복 목적도 있겠지만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1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교육청의 ‘교육회복지원금’ 현금 지급과 관련해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정책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현금 살포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교육청이 앞다퉈 교육회복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상 수업을 하지 못해 교육 회복을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내년 6월 교육감 선거를 염두에 둔 무분별한 선심성 현금 살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육회복지원금을 지급한 지역은 경북이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9월 ‘온학교 교육회복학습 지원’ 명목으로 학생 1인당 30만원을 줬다. 지원 대상은 29만5000여명으로 총예산은 885억원이 들었다. 경북교육청은 “대면 수업을 충분히 받지 못한 학생들의 교육결손 회복을 위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이유를 달았지만 ‘퍼주기식 지원’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교육청 역시 지난달 20일 학생 1인당 10만원의 교육회복지원금을 나눠 줬다. 수혜 대상은 34만5400여명이며 345억4000만원 규모다. 인천교육청은 문화·예술·체육활동 등의 목적으로 지원금을 사용하길 권했으나 문제가 따른다. 지원금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 지원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포퓰리즘으로 학생들의 문화·체육적 소양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지 모르겠다”며 “교육적 차원에서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 등교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교육회복지원금 명목으로 18만1000여명의 학생 1인당 10만원권 선불카드를 줬다. 지난해 7월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제정한 ‘대전시교육청 교육재난지원금 지원 조례’를 근거로 뒀다. 제주교육청은 학생 1인당 10만원의 제2차 제주교육희망지원금을 지원했다. 신청 인원은 8만782명이며, 이 중 8만31명(99.1%)에게 80억310만원이 지급됐다.

신규 사업인 만큼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태다. 충북교육청은 초·중·고교 학생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원하는 ‘교육회복지원금’을 포함한 제2회 추경 예산안을 편성하며, 유치원생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생에 대한 재난지원금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육회복지원금 지급 기준 역시 제각각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17개 지방교육청 중 6개 교육청이 현금과 지역화폐 등으로 3만∼3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나머지 5∼6개 교육청은 비슷한 방법으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광주·전북·세종교육청 등은 교육회복지원금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딘 주고 어딘 안 주냐’는 식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시·도 교육감들의 이 같은 행태에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한 번 내려가면 끝이라 정부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교육감은 정당 소속도 아니여서 당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이 아닌 ‘선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창덕 영남대 교수(사회학)는 “교육 결손 해소를 위해 모든 학생에게 현금을 뿌리는 건 재정 낭비로 볼 수 있다”면서 “선별 지원이 아닌 보편 지원방안이 좀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현금으로 단발성 지원을 하기보다는 감염병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교육이 가능한 교육환경이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지역 교육청은 코로나19로 더욱 부각됐던 과밀 학급과 교원의 과중한 행정업무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수 줄어도 교육예산 증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주행’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6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최종액은 매년 7% 이상 증가했다. 10년간 학령인구(6∼21세)가 220만명 줄어든 것과 비교할 때 정반대의 추세다. 이 때문에 재정당국 등을 중심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예산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1972년 지방 교육 활성화를 위해 내국세 중 11.8%를 초·중·고등학생 교육에 투자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후 경제규모가 커지고, 문재인정부 들어 지방분권의 일환으로 교부율을 확대하면서 20.79%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교육교부금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2022년도 예산안에는 64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5년 전(44조7000억원)에 비해 1.5배 증가한 규모다.

 

추가경정예산과 비교해도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보다 약 4조7000억원 증가했다. 국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최종액은 매년 7.4% 증가했다.

 

교육교부금이 늘어나면서 교육 예산 덩치도 커졌다. 내년 전체 교육 예산은 8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다. 정부가 분류하는 12개 분야별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교육 예산에서 교육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77%를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학령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최근 5년간 유·초·중·고교 학생은 8%가량 줄었다. 학령인구 전체로 보면 10년간 220만명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감소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2025년 예상 학령인구는 688만5706명으로, 사상 처음 700만명 아래로 떨어진다. 2030년에는 600만명대 초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제도 개편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6일 국정감사에서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은 대부분 교부금으로 약 20%가 되는데 (남는 예산은) 교육지자체에서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합리적으로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조세재정브리프의 ‘정부 간 교육재정 관계의 평가와 개편 방향’ 보고서에서 구균철 경기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지방 교육 재원의 대부분을 조달하고 배분해 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인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높지만 책임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중앙정부 이전 재원 비중을 줄이면서 지자체의 교육재정 조달 책임을 강화해 교육재정자립도를 높이면 유·초·중등교육 재정 규모는 지역 주민의 선호가 반영된 적정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관련 예산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교육 체제로 전환되면서 교실 등 하드웨어에 투자돼야 할 부분이 많고, 과목 세분화로 필요한 교원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단순히 1인당 교육비를 학생 숫자에 대입해 따질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재, 최형창 기자, 안동·제주·인천·대전=배소영, 임성준, 강승훈, 강은선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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